여행기, 산행기

섬 여행 - 도초도, 비금도 (1)

솔뫼들 2021. 9. 27.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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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산도의 아침이 밝았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짐을 싸서 식당으로 이동한다.

아침 메뉴는 전복죽이다.

전복죽을 워낙 좋아하기도 해서 후후 불어가며 잘 먹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나오는 식사마다 싹싹 비운다.

남들이 먹는 거 다 어디로 갔느냐고 물을 정도로.

 

 흑산도항 여객터미널에서 잠깐 도초도행 배를 기다린다.

흑산도와도 이제 안녕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

흑산도는 走馬看山격으로 스친 느낌이 드는데 그래서 더욱 알고 싶고 다시 오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흑산도에 공항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있던데 흑산도에 오려면 어디에서 비행기를 타야 할까?

혹시 나중에 비행기를 이용해 방문해서 여유있게 발로 꼭꼭 밟아가는 답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

 

 흑산도에서 도초도까지는 쾌속선으로 1시간 가량 걸린다.

이래저래 이번 여행에서는 배를 참 여러 번 탄다.

배를 자주 타게 되니 자연스레 눈을 감게 된다.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아 다행이다.

 

 눈을 감고 비몽사몽 하다 보니 都草島란다.

여기는 전남 신안군 도초면이다.

신라시대 당나라와의 무역기항지로서 당나라의 수도처럼 초목이 무성하여 '도초도'라 했다고 전한다.

또는 부근의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이라 하여 '도치도'로 불렸다가 도초도로 바뀌었다는 설도 있고, 섬의 형태가 '고슴도치'처럼 생겨 '도초'로 불렸다는 설도 있다.

도초도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귀양지로 유명했고 흑산도와 중국을 잇는 무역로 역할도 했단다.

 

 도초도에 내리니 승합차 기사가 기다리고 있다가 짐을 맡길 수 있는 장소로 안내한다.

최소 하루 정도는 머물면서 섬을 둘러보아야 하는데 2시간 동안 차를 이용해 도초도와 비금도를 둘러보아야 하니 여기 또한 슬쩍 눈도장만 찍고 가는 셈이다.

정말 바쁘다 바빠!

 

 여행사 일행 8명이 승합차에 오르자 기사가 줄줄 도초도와 비금도에 대한 안내를 이어간다.

여기도 대충 훑어보고 가는 일정이니 이야기라도 정신차려 들어야겠다.

도초도와 비금도는 생각보다 크다.

두 섬이 連島橋로 이어져 있어 같은 생활권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차에 타자마자 한적한 시골길을 달린다.

섬이기에 예상 못한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쫙 펼쳐진 평야에 노란빛을 띠어가는 벼가 자라고 있었네.

섬이기에 당연히 어업이 주업일 거라 생각했는데 도초도와 비금도 모두 주업이 농업과 천일염 생산이라고 한다.

 

 신안군은 본래 갯벌이 발달해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정도이니 천일염 생산은 짐작할 수 있지만 농업이 주업이라니 놀랄 수밖에 없다.

도초도에는 고란평야가 있단다.

지나면서 펼쳐진 논이 고란평야였구나.

농지가 부족한 흑산도와 홍도 주민이 이곳 농산물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기는 비금도 시금치는 '섬초'라는 이름을 달고 수도권까지 멀리 올라오니 얼마나 유명한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

해풍 맞고 자란 달착지근한 비금도 시금치 맛이 떠오른다.

 

                                  (신안군청  홈페이지)

 

 흑산도에서 정약전 유배지를 둘러볼 수 있을까 했더니만 차창으로 보고 지나쳤다.

그래서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라도 보고 싶었는데 자산어보는 흑산도가 아니라 도초도에서 촬영했단다.

배경도 그렇고, 배우들 연기도 그렇고, 내용도 좋아 잘 만들어진 영화다 싶었는데 도초도에서 촬영했다니 촬영장에 꼭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마저 시간에 쫓겨 불가능하다.

에구, 아쉬운지고.

 

 6월이면 도초도에는 수국축제가 열린단다.

다양한 빛깔의 수국이 섬을 환하게 비춰 주겠지.

수국 축제에 맞춰 섬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니 도초도는 또 하나 기억할 만한 것을 갖춘 셈이다.

지금이야 시기적으로 수국공원을 방문해도 쓸쓸하게 꽃진 자리만 보게 되겠지만.

 

 차는 어디인지 모르는 길을 천천히 달린다.

평야도 지나고, 염전도 지났다.

다리를 지났으니 비금도로 넘어왔겠지.

飛禽島는 행정구역상 전남 신안군 비금면에 속하는데 섬의 모양이 큰 새가 날아가는 형상을 하고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차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이 평화롭다.

여기에도 돌담 마을이 있었네.

돌담은 바닷바람 때문에 만들어졌는데 돌담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었으니 저절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아닌가.

가지런히 쌓인 돌담을 보면 보는 이의 마음조차 차분해진다.

 

하지 마 하지 마라

까맣게 물들었다

이거 해 저거 해라

할 일이 돌담인데

끝없는 그 길 끝에는

꽃 한 송이 피려나

 

  윤현숙의 < 돌담 > 전문

 

돌담 아래 주렁주렁 달린 박이 정겹다.

어린 시절 박 속을 파내고 바가지를 만들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지금 플라스틱 바가지에 밀려 박바가지를 쓰는 사람은 없겠지만 정말 친환경적인 상품 아닌가.

 

 

 이제 눈 앞에 염전이 펼쳐진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천일염은 해방 이후 비금도에서 처음으로 생산되었다고 한다.

사실 소금이 지금은 흔하지만 예전에는 구하기 어려운 물품 아니었나.

사람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생존에도 꼭 필요한 것이었으니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을까 싶다.

그래서 소금은  '작은 금'이라는 뜻에서 '小金', 또는 '소(牛)'나 '금(金)'처럼 귀하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증도 태평염전과 더불어 비금도 대동염전은 등록문화재로 지정이 되었다고 한다.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겠지.

태평염전에 다녀와서 우리나라 천일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곳 대동염전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합작품 소금에 대해 가슴이 벅차오른다.

 

 

                              (신안군청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