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섬 여행 - 홍도 가는 길 (1)

솔뫼들 2021. 9. 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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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름 어디를 갈까 친구와 고민을 했다.

사흘 연휴가 드문 친구는 어영부영 보내기는 시간이 아깝다고 한다.

대체 휴일까지 더해 사흘 황금 연휴이니 어디든 붐빌 것은 뻔한 일.

미리 계획을 세워 예약을 한 것도 아니고 차를 운전하는 것도 피곤하니 이번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단체 여행을 신청해 움직이기로 했다.

계획표에 있는 대로만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8월 14일 이른 아침 용산역으로 향한다.

열차를 타는 것도 오랜만이고 용산역을 이용하는 건 더 오랜만이다.

기차역에 가면 자동적으로 대학교 1학년때 주말마다 서부역에서 비둘기호를 타고 고향집에 가던 생각이 난다.

토요일에도 강의가 있을 때였으니 열차는 비슷한 시각에 고향 친구와 선배를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했었지.

50분쯤 걸렸던가.

서서 가도 친구들 만나 이야기꽃 피우는 즐거움에 전혀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우루루 고향 열차역에 내려 각자 집으로 바로 갈 때도 있었고, 때로는 선배나 친구와 근처 음악다방에서 수다를 즐기기도 했다.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은데 벌써 수십 년 전 일이다.

 

 용산역에 도착해 연락을 하니 친구는 전철 한 정거장 전이란다.

친구와 만나 오전 8시 20분 KTX를 타고 목포로 향한다.

용산에서 목포까지 2시간 30분 걸린단다.

교통비가 많이 들기는 하지만 정말 빠르다.

이번 여행에서는 교통비가 차지하는 몫이 가장 크다.

홍도와 흑산도, 비금도를 오갈 때마다 쾌속선을 타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여행 경비 중 대부분을 교통비가 차지하는 셈이다.

 

 오전 10시 50분, 목포역에 도착하니 출구 앞에 나란히 선 사람들이 마스크를 나누어 주면서 여행 자제를 부탁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대체 휴일까지 급하게 만들어 놓고 이건 또 무슨 경우람?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참 전에 교통편과 숙소를 예약하는데 정부의 정책은 주먹구구식 아닌가 싶어 한심해진다.

 

 마스크 한 장 챙기고 여행사 담당자를 만나 개략적인 이야기를 들은 다음 목포항으로 이동한다.

목포항 근처 음식점을 찾아서 조금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한다.

목포는 낙지가 유명했던 것 같기는 한데 우리는 인터넷 정보를 이용해 돌게장백반을 시켰다.

거기에 목포에 왔으니 홍어회를 먹어야 한다는 친구의 말에 홍어회 한 접시 추가요.

 

 몇 가지 반찬이 다 깔끔하니 맛있다.

그런데 홍어는 조금 삭힌 것이라고 해도 내 취향이 아니네.

두 점 먹고는 골콤하고 톡 쏘는 냄새에 질려 바로 포기했다.

 

 

 목포항 여객선 터미널도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전에는 허름한 1층 건물이었는데 멋진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그런데 여객선 터미널에 들어가니 마땅한 카페가 안 보인다.

편의점을 찾으니 편의점도 안 보이네.

편의점이 얼마나 눈에 띄느냐에 따라 도시화 정도를 평가한다는 말도 있던데...

결국 다시 내려가 길 건너 편의점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사서 목포항 여객터미널로 향한다.

 

 가방을 끌고, 메고, 들고 오가는 사람들로 여객선 터미널은 시끌벅적하다.

코로나 상황이라고는 해도 섬 주민들보다 여행객이 훨씬 많아 보인다.

아무래도 여름에는 바다를 찾는 사람들이 많겠지.

 

 시간이 되어 홍도행 쾌속선에 올랐다.

쾌속선은 좌석이 정해져 있고, 일단 출발하면 외부 출입이 불가능하다.

꼼짝없이 2시간 30분을 배 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것이다.

평소 멀미를 거의 하지는 않지만 긴 시간 배를 타는 건 신경이 쓰이는군.

파도가 심하지 않으니 잘 견딜 수 있겠지.

 

 배는 도초도와 흑산도를 경유해 홍도로 간다.

홍도는 15년 전에 한번 다녀왔다.

조그만 섬이라 유람선을 타지 않으면 볼거리가 많지는 않다.

천연기념물에다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개발이 많이 되지 않은 점이 도리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 아닌가 싶다.

 

 전에 갔을 때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단층 건물의 홍도 숙박시설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예약을 하기 전에 여행사에 물어 보니 그래도 전보다는 숙소가 훨씬 나아졌다고 한다.

예전에 지리산이나 설악산에 가면 대피소에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1인당 30cm 내외 공간에서 몸을 옆으로 하고 누웠는데 어찌 되었든 그보다는 낫겠지.

씻고 편히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처음에는 미끄러지듯 배가 달려 역시 쾌속선이라 빠르고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시간을 넘기자 배가 붕붕 뜨는 느낌이 든다.

外海에 접어들며 너울 때문이라는데 그때부터 비틀거리며 화장실을 오가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린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다 공기가 갇혀 있으니 에어컨이 돌아간다 해도 후텁지근한 공기가 나를 괴롭힌다.

잘 참아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