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백마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K형!
백마강 유람선을 타러 구드래 나루터로 향합니다.
유람선은 구드래 나루터와 고란사를 왕복합니다.
그런데 유람선 운행 시간표가 없습니다.
배의 크기에 따라 인원이 차면 떠난다고 하네요.
효율적인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경우를 거의 못 봤거든요.
일단 유람선 티켓을 사기로 했습니다.
저는 고란사까지 가는 편도 티켓만 사서 부소산성 정문으로 나오자고 했는데 친구가 왕복 티켓을 사자고 주장을 하네요.
마음대로 하시지요.
티켓을 산 다음 조금 시간 여유가 있을 것 같아 백마강변을 따라 걸으며 강변 구경을 합니다.
나름대로 공원을 잘 가꾸어 놓았다 싶은데 사람들이 거의 없네요.
물론 강변 공원을 가꾼 지 얼마 안 되는지 햇볕 피할 그늘이 없기는 합니다.
그래도 꽃도 피고, 백마강 물살도 예쁘고, 하늘도 쾌청한 여름날 강변에 사람이 거의 없다는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부여 인구가 많지 않다는 말이겠지요.
백마강은 부여 인근 금강을 이르는 말입니다.
백마강은 처음에 사비성의 이름을 따서 '사비하'라 불렸다는데 당나라가 백제를 침범했을 때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白馬를 미끼로 護國龍을 낚으면서부터 백마강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유람선 입구에는 물고기들이 잔뜩 모여 있습니다.
아이들이 사서 주는 먹이를 받아 먹는데 익숙해졌겠지요.
물고기들도 눈치가 빠르니까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물고기 이름이 '눈치'랍니다.
눈치가 빠른 눈치 구경을 잠깐 합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이자 황포돛대를 단 유람선이 출발합니다.
강바람을 즐기며 강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하는데 잘 들리지는 않지만 선장님이 열심히 백마강과 낙화암, 고란사에 대한 해설을 하시네요.
그러고 보니 부소산성 나무 사이로 붉게 쓰인 '落花巖' 글씨가 보입니다.
조선시대 성리학자였던 송시열의 글씨라고 하지요.
구드래 선착장에서 고란사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돌아가는 배는 각자 부소산성을 돌아보고 원하는 시간에 승선을 하면 된답니다.
고란사 선착장에서 부소산성 입장료를 내고 부소산성으로 향합니다.
皐蘭寺는 아주 작은 절입니다.
절 뒤편 바위에 자라는 皐蘭草의 이름을 따서 고란사로 했다고도 하지요.
고란사는 백제 말기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할 뿐 자세한 기록은 전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일설에 의하면 이 절은 원래 백제 왕들을 위한 정자였다고도 하고, 궁중의 내불전이라고도 합니다.
혹은 백제가 멸망할 때 낙화암에서 떨어져간 궁녀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고려 현종때 지은 사찰이라고도 하지요.
고란사 뒤로 돌아가면 고란정이라는 약수터가 있습니다.
백제시대 왕은 항상 고란사 뒤편 바위 틈에서 솟아나는 약수를 애용했다고 합니다.
매일같이 사람을 보내 약수를 떠오게 하였는데 약수를 떠오는 사람들이 고란초의 잎을 하나씩 물동이에 띄워 옴으로써 그것이 고란사의 약수임을 증명했다고 하지요.
이 약수를 한 잔 떠서 마시면 3년 젊어진다고 하지요.
아기를 고대하던 노부부 중 할아버지가 이 약수를 많이 마셔 갓난아기가 되고 할머니가 그 아기를 잘 키워 큰 인물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어릴 적에 들었던 전설이 기억나는군요.
저는 욕심 부리지 말고 3년만 젊어지기로 합니다.
사람들이 저를 못 알아보면 곤란하니까요.
이번에는 낙화암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낙화암은 백제가 당나라의 침략을 받았을 당시 삼천궁녀들이 백마강에 몸을 던졌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지요.
그런데 낙화암은 삼천명은 고사하고 삼백명도 서지 못할 만큼 좁습니다.
얼마나 과장이 된 것일까요?
물론 그 당시 인구로 보아도 궁녀가 삼천명이나 되었다는게 믿기지 않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낙화암 전설도 부풀려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지요.
낙화암에 가면 백화정이라는 정자가 세워져 있습니다.
百花亭은 나당연합군의 공격으로 사비성이 함락될 당시 이곳에서 목숨을 버린 궁녀들의 넋을 추모하기 위해 1929년에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백마강에 몸을 던진 궁녀들을 꽃에 비유했군요.
전망 좋은 이곳이 역사 속으로 들어가면 슬프고 가슴 아픈 사연이 깃든 곳입니다.
낙화암 전망대에 서면 강 건너 풍광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높이 뜬 흰구름,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과 유람선, 멀리 보이는 수륙양용 빨강 시티투어 버스...
거기에 살살 불어주는 바람까지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