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둘째날 ; 소백산 자락길 6코스 '온달평강 로맨스길' (1)
오늘은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등산을 계획했다가 내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기도 했고, 이맘때면 산길의 숨은 얼음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길에서 긴장하는 것이 싫어서 편안한 트레킹 코스를 찾아 보았다.
소백산 자락길은 영주와 단양, 영월에 걸쳐 무려 12코스가 있다.
우리가 선택한 길은 소백산 자락길 코스 중에서 단양 구간 6코스인 '온달평강 로맨스길'이다.
온달은 고구려 평원왕의 딸인 평강공주와 결혼하여 왕의 사위가 되었고 전공을 세워 벼슬길에 올랐으며 영양왕 대까지 활약했다고 한다.
전래동화로도 유명한 바보 온달 설화의 주인공 온달의 무용담이 이곳 단양에 전해져 와서 근처 산성이 온달산성이라는 이름을 얻었단다.
그래서 트레킹 코스에도 그런 이름이 붙지 않았을까 싶다.
일단 영춘면 사무소에 차를 주차해 놓고 고드너머재로 가기로 했다.
호텔에서 영춘면 사무소까지는 30분 가까이 걸린다.
단양이 군 단위이기는 하지만 영춘면은 참 작고 소박한 동네이다.
그래도 면 소재지이니 좀 북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한 동네였다.
하기는 단양이 충청북도에서 인구 소멸이 가장 심한 지역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지.
영춘면과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단다.
단양은 충북 동북부의 산간 오지답게 기후도 그에 걸맞게 춥고 봄도 짧은 편이었던지라 이 부분에 대한 주민들의 바람이 반영된 것인지 지명을 옛날부터 永春이라 했다고 한다.
과연 1980년대 충주댐 건설 이후 충주호가 생기고 단양군 내의 남한강 수계가 올라가 군내 지역이 수몰되는 등 지리적인 변화가 생기자 기후에도 변화가 생겨 실제로 봄 날씨가 옛날보다 조금이라도 더 길어졌다는 설이 전해져 온다.
영춘면 사무소 주차장 충전기에 차를 연결해 놓고 고드너머재까지 가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택시를 부르는 것인데 카카오 택시를 불러도 대기중인 택시가 없다는 메시지가 뜬다.
지방으로 오면 이런 일이 다반사이다.
어쩐다?
오전 8시 50분, 고민을 뒤로 미루고 일단 고드너머재를 향해 걷기로 한다.
비교적 안내 스티커를 찾기는 쉽다.
올챙이 모양을 한 스티커가 담벼락에 붙어 있는데 귀엽네.
막 농사일을 시작하는 농부들을 지나고, 내일 삼일절을 맞아 도로변에 태극기를 다는 사람들도 지나고...
마을 끝자락에는 제법 큰 리조트도 보인다.
숙박객이 많아 보이지는 않지만 바로 앞 남한강에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주로 올까, 아니면 우리처럼 배낭 메고 길로 나서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을 할까?
길은 영춘교를 지나 강변을 따라 이어진다.
봄 가뭄이 이어져서인지 강에 물이 많지 않다.
뚜벅뚜벅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걷다가 혹시나 종일 햇살 아래 이런 길을 걷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명색이 소백산 자락길인데 설마 산길도 걷겠지 생각을 바꾸기도 하고.
스티커가 알려주는 대로 강변을 따라 걷고 있는데 친구가 앞에서 오는 택시를 발견했다.
손을 흔드니 바로 차를 돌려 우리 앞에 선다.
택시 기사에게 소백산 자락길 6코스 시작점을 부탁하니 신나게 소백산 자락길과 단양에 대한 해설을 자진해서 들려준다.
지방에 가면 그냥 카카오 택시를 부를 것이 아니라 현재 있는 면 단위 택시를 찾아야 가능하다는 팁도 함께.
( 퍼온 사진)
온달관광지를 지나고 택시는 구불구불한 길을 힘겹게 오른다.
그러자 기사가 이 길이 유명한 보발재라고 알려준다.
하늘에서 보면 정말 용수철을 살짝 펴 놓은 것처럼 꼬부랑길이 있었지.
구불구불 뱀이 기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특히 가을에 단풍이 아름다워 인기있는 드라이브 코스라고 한다.
가을은 아니지만 보발재를 오늘 지나고 있구나.
택시는 10여 분 걸려 우리를 고드너머재에 내려 놓는다.
미터기로 계산을 하지 않고 부르는게 값인게 이 동네 택시 요금인가?
택시를 타지 않으면 난감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명함을 주면서 얼마 타지도 않았는데 10,000원밖에 안 한다고 인심 쓰는 것처럼 말하는 택시 기사가 좀 얄밉기는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