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포천 여행; 산정호수 한 바퀴

솔뫼들 2021. 2. 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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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에 짐을 풀고 4km쯤 되는 산정호수 둘레길을 걷기 위해 나왔다.

山井湖水는 '산 속의 우물과 같은 맑은 호수'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

1925년 일제강점기 농업용수로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수지인데 명성산을 비롯해 망무봉, 망봉산 등 주변 경관이 뛰어나 가운데 있는 저수지가 그런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 포천 북단은 6.25 이전에 북한 땅이었다.

그래서 김일성은 명성산을 배경으로 경관이 뛰어난 이곳에 별장을 짓고 자주 오갔다고 한다.

 

 산정호수로 가까이 가니 쿵쾅거리는 소리가 귀룰 울린다.

쿵쾅쿵쾅 도대체 이 시국에 무슨 음악소리가 이렇게 크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까이 가니 놀이기구에서 나는 소리였다.

찬 바람에 타는 사람 하나도 없는데 저 혼자 돌아가는 놀이기구라니...

 

 꽤나 추운 날씨였지만 산정호수 주변에는 두툼한 외투와 머플러로 감싸고 모자까지 뒤집어쓴 사람들로 붐빈다.

예상 못한 상황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가능하면 사람들과 거리를 두려 노력하며 데크를 따라 걷는다.

 

 산정호수는 명실상부한 관광지이다.

보기 좋으라고 이런저런 장식물을 많이 설치해 놓았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보다 한층 장식들이 많아진 느낌이다.

좀 지나치다는 느낌마저 드는군.

뭐든지 過猶不及 아닌가.

 

 부지런히 발길을 옮기는데 여기에도 꽤 알려진 베이커리 카페가 있나 보다.

평소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테고 지역 주민만으로 유지가 될까 싶은데...

전국 어디에나 베이커리 카페 열풍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모두 그렇게 빵을 좋아하나?

덕분에 빵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버렸고.

 

 호수는 반쯤 얼음으로 덮였다.

호수면에 살짝 넘어가는 해가 비친 모습이 인상적이다.

산정호수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싸늘한 이유가 있었네.

내일 오를 명성산을 바라보면서 걸음을 재촉한다.

 

 먹을거리를 파는 상점 사이를 지나 산 방향으로 걸었다.

그러고 보니 산 안쪽에도 길이 있었군.

그 길을 한 명이 걷고 있다.

시간이 늦지 않았으면 우리도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저 길을 걸었으면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산길이니 발에 부담이 덜 되는 반면 경사가 있으니 운동량은 많을테고 사람들과 스쳐갈 일도 거의 없었을 텐데...

 

 멀리 인공폭포가 보인다.

정자도 하나 보이는군.

지난 번에 왔을 때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해 한 바퀴 돌았던 기억이 난다.

더울 때여서 산쪽 그늘이 고마웠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자에서 바로 '뚝방'을 지나 걷는데 우리는 폭포가 있는 쪽으로 내려선다.

폭포 사진을 찍고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는지 확인도 할 겸.

이쪽에는 캠핑장이 있었네.

이 추위에도 '차박'을 하는 사람과 텐트에서 자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모두 대단해 보인다.

 

 폭포는 역시 얼어 붙었다.

폭포 사진을 찍고 빙 돌아 망봉산(해발 384m) 옆길로 걷는다.

이제 걷는데 조금씩 꾀가 나는군.

망봉산도 산이니 옆길이라 해도 오르막길이라 힘이 든다.

오늘 생각보다 많이 걷기는 했다.

20000보 가까이 걸었네.

 

 길 옆에 궁예의 동상이 보인다.

산정호수 주변으로 궁예와 관련된 전설이 많다.

명성산, 망무봉, 망봉산, 궁예능선 등등

 

 궁예는 후고구려를 세우고 철원에 도읍을 정했다.

그러나 918년 왕건에게 쫓겨 은거지를 만들어 생활하다가 피살되었다.

한때 영화를 누리던 왕에서 반란군에게 쫓겨 숨어지내는 처지가 된 궁예가 명성산에서 한동안 크게 울었다고 하여 이 산이 '울음산, 또는 '鳴聲山'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망무봉(해발 446m)과 망봉산(해발 384m)은 궁예가 왕건 군사의 동태를 살피던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또 근처에 있는 '파주골'은 본래 이름이 敗走골이었다고 한다.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 도망치던 골짜기라고 하여 얻은 이름이라고 하니 슬픈 지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빛나는 곳으로 나왔다.

밤이 되니 더욱 화려한 조명으로 호수 주변이 빛난다.

사람들을 유인할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구만.

조각작품들에 조명이 들어와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겨울밤인가 싶게 많은 사람들이 조각작품과 어우러져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세상이 코로나 19로 시끄럽다는 사실은 모두 잊었다고나 할까.

 

 우리도 다양한 조각작품들을 구경하며 걷는다.

'달빛 마실'이라는 예쁜 이름을 갖고 있는 이 행사는 말 그대로 사람들이 마실을 나오게 만드는 매력이 있겠네.

청사초롱을 줄줄이 매달아 놓은 것도 예뻐 보이고, 꽃사슴도 눈길을 끈다.

날개를 단 천사의 모습도 보이고,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하트 모양도 눈에 띈다.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구경을 하다 보니 배가 고프다.

얼른 스마트폰으로 주변 검색을 하니 쌈밥을 잘 하는 집이 있단다.

이모네집이라는 간판을 단 곳인데 외관이 몹시 허름하다.

손님이 하나도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 했지만 노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에 정성이 들어가 있는 듯 했다.

하기는 주변에 사람들은 많았는데 코로나 19 때문에 모두 숙소에서 밥을 해 먹는지 다른 음식점도 거의 비어 있기는 했다.

 

 일단 믿고 들어가 쌈밥 주문을 하니 겉보기와 다르게 쌈도 싱싱하고, 우렁된장도 맛깔난데다 밑반찬도 깔끔하니 입에 맞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여행이라고 생각을 해서일까?

여기까지 왔으니 이동막걸리 한 잔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친구가 제안을 한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친구의 제안에 막걸리잔을 손에 들고 쨍!

기분 때문인지 막걸리가 유난히 입에 달다.

 

 음식점에서 나와 숙소를 향해 가는데 낮에는 가득 찼던 공영주차장이 텅 비었다.

대부분 당일치기로 왔다 간 것일까?

내일 아침 자동차 전기 충전을 위해 충전소 위치를 확인해 두고 숙소로 향한다.

명성산 산행을 위해 일찍 쉬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