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여행 - 마무리는 와인 파티 (14)
K형!
가는 길에 귀국 선물을 위해 건강식품점에 들르기로 합니다.
방사장님과 동행하면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에게 파는 가격으로 준다고 합니다.
뉴질랜드는 자연 환경이 좋아 한국 사람들이 선호할 만한 상품이 많지요.
대표적인 것이 초록잎홍합입니다.
가격이 만만치는 않지만 관절 건강에 좋은 것으로 소문이 났습니다.
뉴질랜드는 청정지역이라서 자외선이 강한 나라입니다.
그러다 보니 동,식물도 환경에 적응을 하게 되었지요.
바다에 사는 가장 작은 물질인 플랑크톤도 마찬가지겠지요.
플랑크톤이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을 '류코트리엔'이라고 부른답니다.
홍합도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 물질을 만들어내고 홍합의 주식인 플랑크톤에도 이 물질이 많다 보니 홍합에는 류코트리엔 물질이 당연히 많겠지요.
이 류코트리엔이 우리 몸의 관절 부위에 생기는 염증을 억제하고 치료하는 아주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지요.
관절 치료약에도 이 성분이
들어간다고 하네요.
방사장님이 권하시는 상품은 프로폴리스 치약입니다.
이교수님네, 연부장님네는 치약을 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오래 산을 다니다 보니 관절 건강이 걱정되어 초록잎홍합과 포포크림을 선택했습니다.
친구는 시식을 해 보고는 육포를
사는군요.
건강 관련된 상품을 보노라니 오래 전 읽은 책 '무탄트 메시지'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책을 읽고 책에 매료되어 여러 사람들에게 선물했던 책입니다.
책을 쓴 사람은 참사람 부족에게 초대되어 간 미국인 의사입니다.
함께 사막을 횡단하면서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문명세계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책을 썼다지요.
책에는 참사람 부족 젊은 사람이 가다가 다리가 부러졌는데 금세 저절로 나아 아무렇지 않게 함께 사막을 횡단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문명세계 사람들은 믿기 어려운 일이지요.
저도 잘 믿기지 않았는데 이 책을 쓴 사람이 미국인 의사이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면 사람에게는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는데 어느 순간 우리가 그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초록잎홍합도 자연에 적응해 살면서 그런 물질을 만든 것이고 프로폴리스도 벌이 만든 그런 물질이지요.
우리는 문명이 발달된 세계에 살고 있다고 큰소리치는데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일까요?
자주 일어나는 자연 재해와
새로운 질병 등 인간이 만든 현상을 보면서 그런 물음을 갖게 됩니다.
우리는 건강식품점에서 나와 방사장님 사모님과 함께 저녁을 하기 위해 방사장님댁에 잠깐 들릅니다.
방사장님댁은 완전히 저택이군요.
잔디가 깔린 정원이 정말 넓습니다.
여러 종류의 나무와 꽃, 거기에 연못도 있군요.
하얀 그네도 매달려 있고요.
우리는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돌아가면서 그네에 앉아 사진을 찍습니다.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마음 한 구석에 있는 동심이
살그머니 고개를 드는 것이겠지요.
정원 한쪽에는 또 여러 가지 작물이 심어져 있군요.
고추에 가지, 상추, 방울토마토 등등 집에서 먹을 만큼 온갖 채소를 심어 놓으셨습니다.
너른 면적은 아니라도 해도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요.
닭도 한쪽에서 '푸드득'거리네요.
달걀을 얻기 위해 키우는 것이랍니다.
닭을 닭장에 몰아 넣기 위해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습니다.
서울 토박이 친구도 빗자루를 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데 우습네요.
농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울타리에는 포도나무를 두르셨군요.
포도나무에 청포도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아직 열매가 작기는 한데도 생각보다 달콤합니다.
주인 허락도 안 받고 농작물에 이렇게 손을 대네요.
죄송합니다.
잠깐 방사장님댁 정원에서 놀다가 방사장님께서
예약해 두신 일식집으로 향합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이번 여행에서 여러 나라 음식을 맛보는군요.
버거에 파스타, 피자, 스테이크 등 서양 음식은 물론 중식, 베트남 음식, 한식에 일식까지 참 골고루 찾아 먹습니다.
한국에 도착하면 체중이 얼마쯤 불어 있겠군요.
방사장님 사모님은 밝고 유쾌한 분입니다.
함께 있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시네요.
이교수님이 만든 폭탄주에 빠져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고 표현하십니다.
방사장님 내외 두 분이 서로를 얼마나 소중하고 애틋하게 대하시는지 눈길만 보아도 느껴집니다.
보기
좋습니다.
생선회와 대구탕을 시켜 맛나게 먹습니다.
얼마만에 먹는 바다 냄새 나는 음식인지요.
점심이 부실했으니 저녁은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하하호호 이어지는 웃음과 대화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반찬이고요.
방사장님 내외의 초대에 응해 방사장님댁으로 향합니다.
와인파티를 해 주겠다고 하셨거든요.
우리는 사양할 줄을 모르네요. 후후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집으로 사람을 초대하는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지요.
그저 밖에서 돈 주고 사 먹는데 익숙한 문화로 변했는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진수성찬이 아니어도 정성껏 차린 음식은 사람들 사이 정을 도탑게 해 주는데 말입니다.
사모님께서 미리 준비해두신 과일과 치즈, 말린 해산물을 안주로 내놓으시는데 테이블이 좁다 싶을 정도입니다.
이 여러 가지를 한번씩 먹어보려고 해도 와인 몇 잔은 마셔야겠는걸요.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거기에 소주와 맥주도 있네요.
취향껏 마시라는 배려이겠지요.
저는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 포도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에 푹 빠졌습니다.
깔끔한 맛이 매력적이네요.
다들 신나고 기분좋게 먹고 마십니다.
저는 아무래도 넓은 집은 물론 채소와 정원을 어떻게 관리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모두 사모님이 하신다네요.
방사장님께서 출장을 다녀오시면 어느 날 연못이 하나 뚝딱, 어느 날은 닭장이 뚝딱 만들어져 있답니다.
庭園樹 아래 하나씩 설치한 조명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런 일에 손방인 방사장님께서 신경 쓸까 봐 안 계실 때 하는 모양입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하시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같으면 이런 집과 정원을 거저 준다고 해도 제대로 건사할 자신이 없어 손사래를 칠 것 같거든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산업미술을 전공하셨다는데 눈썰미가 있고, 손재주도 타고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부지런함까지 더해져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존경스럽습니다.
종교에, 미술, 정원 가꾸기, 여행 등등 화제가 참으로 다양합니다.
다들 일가견이 있으시군요.
저는 주로 듣는 편이지만요.
정원에 화사하게 불이 들어왔습니다.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되어 한층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이런 호사를 누릴 줄 누군들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밀포드 트레킹이 취소되어 생각지도 못한 여행을 하게 되고 지금 여기에 이르렀군요.
모두들 감사합니다.
특히 방사장님 내외분께 감사한 마음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가 없네요.
두 분이 건강하고 재미있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바랄 뿐이지요.
물론 기회가 되어 다음에 뵈면 더욱 좋겠고요.
그는 좋은 사람이다. 신발 뒷굽이 닳아 있는 걸 보면
그는 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거리를 걸을 때면 나무의 우듬지를 살피는 걸 보면
그는 가난한 사람이다. 주머니에 기도 밖에 들어 있지 않는 걸 보면
그는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슬픔을 아는 사람이다. 가끔 생의 남루를 바라보는 걸 보면
그는 밤을 견디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샤갈의 밤하늘을 염소를 안고 날아다니는 걸 보면
그는 이따금 적막을 들키는 사람이다. 눈도 가난하게 내린 겨울 그가 걸어간 긴 발자국을 보면
그는 자주 참회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거절한 모든 것들에 대해 아파하는 걸 보면
그는 나귀를 닮은 사람이다. 자신의 고독 정도는 자신이 이겨내는 걸 보면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많은 흉터들에도 불구하고 마음 깊숙이 가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걸 보면
그는 홀로 돌밭에 씨앗을 뿌린 적 있는 사람이다. 오월의 바람을 편애하고 외로울 때는
사월의 노래를 부르는 걸 보면
그는 동행을 잃은 사람이다. 때로 소금 대신 눈물을 뿌려 뜨거운 국을 먹는 걸 보면
그는 고래도 놀랄 정도로 절망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삶이 안으로 소용돌이치는 걸 보면
그는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다. 그의 부재가 봄의 대지에서 맥박 치는 걸 보면
그는 타인의 둥지에서 살다 간 사람이다. 그의 뒤에 그가 사랑했으나 소유하지 않은 것들만 남은 걸 보면
류시화의 < 그는 좋은 사람이다> 전문
방사장님 배려로 우버 택시에 몸을 싣고 숙소로 향합니다.
이것으로 이번 뉴질랜드 여행의 종지부를 찍습니다.
내일이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겠지요.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일이 생각만큼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살 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여보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