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오클랜드 여행 - 시내 관광 (11)

솔뫼들 2020. 3. 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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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형!


 오클랜드는 공사중입니다.

정말 공사 현장 때문에 어지럽기까지 하네요.

노보텔 옆에도 새 호텔이 공사중이라 길이 엉망이었는데 시내도 마찬가지네요.

오클랜드 최초의 지하철 공사라고 합니다.

지하철이 무려 9호선까지 있는 서울을 생각하면 많이 늦은 감이 있지요.

물론 오클랜드는 서울에 비해 인구도 적고 복잡하지도 않으니 가능한 일이겠지만요.


 아무튼 사람 피하랴, 공사 현장 피하랴 정신이 없습니다.

햇볕은 따갑지 길은 뒤죽박죽이지 볼거리는 생각처럼 많지 않지...

멋진 크루즈선은 옆에서 보기만 해도 먼 나라로의 여행을 꿈꿀 수 있을 것 같아 설레는데 방해물이 많아 잘 보이지 않네요.

요즘은 예전보다 크루즈 여행이 보편화되어 쉽사리 볼 수 있기는 하지만요.



 어슬렁어슬렁 해변을 따라 걷습니다.

간혹 특이한 외관을 가진 건물이 눈길을 끌기는 하네요.

걷다 보니 너무 더워 좀 쉬고 싶습니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는군요.

그럼요.

여행을 할 때는 모름지기 잘 먹고 잘 놀아야지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쉬다가 다시 몸을 일으켭니다.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바다를 향해 난 카페나 바에 일찍부터 사람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삶의 여유가 묻어나네요.



 하버 브릿지를 건넙니다.

이름만으로 '폼나는' 다리가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크기도 그렇고 다리 형태도 그렇고 볼 만한 건 아니었군요.

다리를 건너 더 이상 갈 곳이 없자 돌아섭니다.

공원이라 이름 붙은 곳을 두 곳이나 지났군요.


 다시 시가지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 수산사장이라는 팻말을 보고 들어갔더니 동네 수퍼에 있는 생선 가게 수준입니다.

수산시장이라는 말이 무색하지요.

역시 우리는 도시보다는 자연 취향이라는 걸 확인하며 발길을 옮깁니다.


 빅토리아 공원을 만나니 반갑군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면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역시 사람 사는데는 공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요.

우리나라도 예전에 비해 공원이 많이 생겼지만 여전히 대도시는 대기오염이 심하고 혼잡하니까요.







 빅토리아 공원을 지나 다시 스카이 타워 방향으로 향합니다.

이걸 무어라 해야 할까요?

신나는 음악소리가 들리는 곳을 보니 스카이 타워 바로 옆에서 끈에 매달린 의자에 앉으면 공중으로 들어올려주는 시설이 있군요.

언뜻 보니 가격이 꽤 비싼데 그걸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짜릿하고 스릴이 있을 것 같네요.

물론 저는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지만요.


 직진해서 가면 앨버트 공원이 나온답니다.

근처에 우리가 가고자 하는 한식집 '화로'가 있고요.

'화로'에 일행의 저녁 식사를 예약해 놓고 앨버트 공원에 오릅니다.

앨버트 공원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한 바퀴 돌아보는데 10분이면 충분하겠네요.


 공원을 돌아보기 전에  커다란 나무 아래 앉습니다.

사실 퀸즈타운에서 오느라 새벽부터 설쳤으니 피곤하기도 합니다.

신발까지 벗고 가능하면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쉽니다.

눕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건 참기로 하지요.

단지 휴식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면 여행이 본래 힘이 들기는 합니다.


 얼마나 쉬었을까요?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기기묘묘한 나무를 돌아보고 곳곳에 서 있는 동상도 둘러봅니다.

유독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동상이 눈에 띄는군요.

뉴질랜드에 온 서양인들이 마오리족과 협정을 맺은 시기가 빅토리아 여왕 집권기였을까요?

오면서 쉬었던 빅토리아 공원도 빅토리아 여왕 이름에서 따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부지런한 연부장님네는 벌써 여기저기 돌아다녔군요.

연부장님은 공원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오클랜드 공과 대학과 오클랜드 대학도 둘러보았다네요.

뉴질랜드 명문 대학으로 알려진 곳이지요.

저는 '대학에 다닐 것도 아닌데...' 하면서 그냥 지나칩니다.


 老巨樹들이 많다 보니 나무 줄기에 구멍이 뚫린 나무, 두 나무가 구렁이처럼 꼬인 나무, 사람 여러 명이 올라가 앉아 있을 정도로 가지를 펼친 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있군요.

그런 나무를 보면 지혜로운 노인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온갖 역경 이겨낸 나무들에게 배울 것이 있을 것처럼요.


나무가 나무끼리 어울려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
긴 추위를 견디어 내듯

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잎과 잎들이 가슴을 열고
고운 햇살을 받아 안듯

나무가 비바람 속에서 크듯
우리도 그렇게
클 일이다.
대지에 깊숙이 내린 뿌리로
사나운 태풍 앞에 당당히 서듯

나무가 스스로 철을 분별할 줄을 알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꽃과 잎이 피고 질 때를
그 스스로 물러설 때를 알듯


  오세영의 < 나무처럼 > 전문




 드디어 저녁을 먹을 시간입니다.

'화로'에 들어서자 우리말을 하는 종업원이 반갑게 맞아주는군요.

음식을 주문하자 한 사람 앞에 쟁반 하나씩 갖다 줍니다.

1인분씩 쟁반에 따로 나오네요.


 맥주와 소주를 시킨 이교수님은 폭탄주 제조에 바쁩니다.

모두 한 잔씩 들고 건배를 한 다음에는 우리에게 '러브 샷'을 시키네요.

분위기도 돋을 겸 친구와 팔을 걸고 폭탄주 한 잔을 마셔 봅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여행중이니까 말이지요.

기분이 좋아지자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밀포드 트레킹 일정이 취소되어 우연치 않게 시작된 자유 여행이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지요.



신나게 저녁을 먹고 다시 스카이 타워로 향합니다.

숙소인 노보텔로 가는 교통편이 스카이 타워에서 있기 때문이지요.

시내 버스를 탈 것이냐 셔틀을 탈 것이냐 하다가 스카이 타워에 있는 셔틀이 더 싸다고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정말 '알뜰한 당신'입니다.



 셔틀 버스 시간을 기다리느라 좀 기다립니다.

주변에서 오가는 사람들과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한국 브랜드 BBQ치킨이 보이네요.

외국에서는 그런 것조차 고향 사람 본 듯 싶잖아요.

저는 중국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그림 위에 올라 사진도 찍고, 사방치기 하듯 팔짝 뛰어보기도 합니다.

발자국 모양이 그려진 곳을 가만히 보니 입체감이 느껴지네요.



 오라, 저건 뭐지요?

오클랜드에 인력거가 보이네요.

물론 사람이 직접 끄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툭툭이'(이름은 지역마다 다르지요.)라는 것 말입니다.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여기 주차(?) 대기를 하고 있겠지요.

한참 바라보고 있자니 사람들이 와서 툭툭이에 오릅니다.

나중에 방사장님한테 들으니 관광용이라고 합니다.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삼아 운전을 한다고 하네요.

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운행을 하는 것이지요.


 시간이 되자 셔틀버스는 정확하게 옵니다.

버스에 탔나 싶자 금세 호텔에 도착하네요.

내일 제대로 된 트레킹을 위해서 오늘은 푹 자야 합니다.

여기는 뉴질랜드의 옛 수도 오클랜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