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타운 근교 여행 - 마운트 쿡 (8)
K형!
아침에 일어나니 여기저기에서 문자가 많이 와 있군요.
우리나라 연합뉴스에 뉴질랜드 밀포드 트랙에 트레커가 며칠째 고립되었다고 보도가 되었다네요.
결국 헬기로 이송하고 있다고요.
자연과 하나 되어 걸으러 왔다가 산장에 고립되고 헬기의 신세를 져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지요.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고마워 하나하나 회신을 하고 일행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모두들 밀포드 트랙에 못 들어갔다고 아쉬워 했는데 우리는 운이 좋은 거였다고 말합니다.
轉禍爲福이라고 할까요, 塞翁之馬라고 할까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분위기가 환해졌습니다.
평소 말이 적은 이교수님 부인이 연신 웃음을 띱니다.
그렇게 즐거운가요?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여기지 맙시다.
그런데 저도 웃음이 피식피식 나오네요.
이번 사태는 사실 기후 변화로 인해 생긴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여름에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날도 거의 없고 더군다나 토네이도는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나 봅니다.
다 인간이 오만해서 자초한 일이지요.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데 세계 각국이 손을 맞잡아야 합니다.
저부터 실천을 해야겠지요.
같은 시기 퀸즈타운에 자유여행을 와 있는 언니네도 몇 군데 트레킹을 시도했다가 되돌아왔다네요.
강풍에 나무가 부러져 길이 막힌 곳도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관광지인 밀포드 사운드도 출입이 제한되었고요.
결국 와카티푸 호수 크루즈를 타고 선상 관광을 하고 마운트 쿡을 다녀왔나 봅니다.
여러 모로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군요.
물론 어제와 오늘은 날씨가 아주 좋지만요.
주먹밥과 계란으로 아침을 먹고 점심으로는 버거와 컵라면을 준비합니다.
우리도 오늘 마운트 쿡에 갑니다.
여행사 버스를 예약해 놓았지요.
후커밸리 트레킹이 2시간 정도 걸린다고 언니가 알려주었는데 가능하면 좋겠군요.
서둘러 버스를 타는 곳으로 갑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한참 기다린 후에야 버스가 왔습니다.
그러려면 시간은 왜 정해 놓았는지 모르겠군요.
늦게 와도 바로 출발하면 좋으련만 우리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려 1시간 15분이나 지각 출발을 하네요.
시간 개념이 없는지 운전기사는 사과도 안 합니다.
우리말로 연신 투덜거려 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나요.
중간중간 서서 사람들을 태우느라 시간을 더 지체하기도 하고요.
언니가 어제 차 없이 당일에 마운트 쿡에 다녀오기 쉽지 않을 거라고 하더니만...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으니 일행 중에 국제면허증을 준비한 사람이 없지요.
그러려니 하고 마음을 접어야 합니다.
바퀴가 구르자 또 잠이 듭니다.
친구는 저보다 훨씬 잘 자는군요.
휴게소에서도 안 내리고 내리 꿀잠을 잤습니다.
연부장님이 가는 동안 경치가 좋다고 했는데 멋진 풍경이 꿈속에 나타나 주길 바라야겠네요.
자다 깨니 옆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장관입니다.
키큰 미루나무들이 도열해 있고요.
초록 들판에 양떼와 사슴, 소들이 무리지어 풀을 뜯고 있군요.
저기는 포도밭인가 봅니다.
뉴질랜드 포도주도 많이 알려져 있지요.
포도밭 옆으로 어떤 장비가 보이네요.
바퀴가 달린 저건 뭘까요?
한참 생각해 보니 강수량이 적을 때 물을 주는 기계 아닌가 싶네요.
포도밭이 넓으니 사람이 일일히 돌아다니면서 물을 줄 수 없어서 바퀴 달린 기계를 만든 것 같습니다.
필요가 사람을 움직이게 하지요.
눈이 바쁩니다.
경치가 좋은 곳에 자리잡은 캠핑장이 보이는군요.
며칠이고 먹을거리를 준비해 와서 캠핑을 하면서 근처를 돌아다니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요.
스키장과 골프장 안내 표시도 보입니다.
정말 놀거리가 많은 곳입니다.
중간에 경치가 좋은 곳에서 사진 찍으라는 배려인지 버스를 세우네요.
정신을 차리고 내려서 바라보니 바로 앞이 물이고 그 건너에 설산이 보입니다.
정말 호수 빛깔을 무어라 형용할 수가 없군요.
거센 바람에 머리칼을 날리며 사진 몇 장 찍고 다시 차에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