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울산 여행 셋째날 - 영남 알프스 (1)

솔뫼들 2019. 2. 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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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6시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배낭 정리를 한다.

오늘 아침은 어제 저녁을 먹은 음식점에서 먹기로 했으니 서둘러 나가야겠지.

물론 우리가 일찍 간다고 해서 바로 음식이 준비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오전 7시 40분쯤 준비된다는 우거지국은 밥이 늦어지는 바람에 오전 8시에 준비가 되었다.

기분좋게 아침을 먹고 장도에 오르는 심정으로 배낭을 멘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다고 해서 중무장을 했더니만 산 아래인데도 불구하고 별로 춥지 않다.

다행이다.


 도로로 나서서 산쪽으로 방향을 잡고 걷는다.

언뜻 도로 아래 탑이 보인다.

간월사지 3층 석탑이다.

본래 쌍탑이었다는데 훼손되어 하나만 남아 있어 보는 사람을 안타깝게 한다.

석조여래좌상은 일부 훼손되었지만 보물로 지정되어 임시로 지은 누각 안에 모셔져 있다.

간월사 건물은 사라지고 현재 석조여래좌상과 탑 하나만 남아 있는 셈이다.

간월사는 통일신라 진덕여왕 시절 자장율사에 의해 세워진 사찰이라고 하는데

완전하게 복원이 되어 석조여래좌상과 삼층탑이 대접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가볍게 들머리라 생각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초반부터 오르막길이다.

한참 올랐는데 확신이 들지 않아 친구가 지나가는 화물차 기사분에게 물으니 막다른 길이란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내려와 복합웰컴센터로 발길을 옮긴다.

아침부터 이렇게 기운을 빼면 안 되는데...


 복합웰컴센터에는 영남 알프스 지역 주민의 문화생활을 돕는다는 취지로 영화관과 카페테리아, 산악문화센터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복합웰컴센터는 지난 9월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했던 곳이다.

자연스럽게 영남알프스의 수려한 경관이 세계에 알려졌으리라.

자랑스러운 우리 山河 아닌가.



 혹시나 정보를 얻을까 하고 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영남 알프스 지도와 원점회귀는 시간상 불가능하다는 엄청난(?) 정보를 얻고 본격적인 산행 준비를 한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분위기있는 카페에서 주변 경치를 즐기며 차 한 잔 해도 좋으련만 아쉽네.

다음에 오면 며칠 묵으면서 작괘천에서 놀기도 하고, 산행도 하고,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이곳에는 백두의 등줄기가 경상남, 북도의 경계에서 힘껏 솟구쳐 1000m급의 고산들을 중심으로 거대한 산악지형을 이루고 있다.

'영남의 지붕'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을 유럽의 알프스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하여 '영남 알프스'라 부른다.

울주, 경주, 청도, 밀양, 양산 등 5개 시, 군 255km에 걸쳐서 9개의 1000m급 고봉(울주군에 7봉)이 분포하며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 기묘한 바위와 나무들이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신불산, 천황산, 영축산, 가지산, 간월산, 재약산, 고헌산 이렇게 7개의 山群을 일반적으로 영남알프스라 부른다.

벼르고 별러 드디어 오늘 영남알프스에 발을 내디딘다.

예정대로라면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을 오를 수 있겠군.


산을 오르기 전에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잠시 무거운 다리를 그루터기에 걸치고 쉴 때마다 계획하고
고갯마루에 올라서서는 걸어온 길 뒤돌아보며
두 갈래 길 중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모를 때에도 당황하지 않고
나뭇가지 하나도 세심히 살펴 길 찾아가게 하소서

늘 같은 보폭으로 걷고 언제나 여유 잃지 않으며
등에 진 짐 무거우나 땀 흘리는 일 기쁨으로 받아들여
정상에 오르는 일에만 매여 있지 않고
오르는 길 굽이굽이 아름다운 것들 보고 느끼어

우리가 오른 봉우리도 많은 봉우리 중의 하나임을 알게 하소서
가장 높이 올라설수록 가장 외로운 바람과 만나게 되며
올라온 곳에서는 반드시 내려와야 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산 내려와서도 산을 하찮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


                도종환의 < 산을 오르며 > 전문


 오전 9시 10분 들머리에 섰다.

여기에서 간월재까지 계속 오르막길인 모양이다.

인적 없는 산에 우리 발걸음 소리와 스틱 찍는 소리만 들린다

처음에는 평탄한 길이 이어지더니만 금세 깔딱깔딱 하는 길이 나타난다.

등이 뜨거워진다.

얼마 걷지 않아 다운재킷을 벗어 넣고 바람막이로 갈아 입는다.

움직이기가 훨씬 수월하다.


 각자 속도에 맞추어 걷는다.

나는 순간 속도는 빠른데 친구는 지구력이 좋다.

그러니 내가 앞서 걷다가 숨을 돌리고 있으면 친구가 올라오고 친구가 오는 걸 확인하고 다시 오르는 일이 반복된다.


 이번 겨울은 그리 춥지 않다.

아직 겨울이 많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춥지도 않고 눈구경하기도 쉽지 않은 겨울이 될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계곡도 대부분 바싹 말랐고 산길에서는 먼지가 풀풀 난다.

산이 깊어서 그런지 계곡에 약간의 물이 보인다.

많지 않은 수량인데도 기분이 좋아진다.

산에는 모름지기 물이 있어야지.



 얼마쯤 걸었을까?

앞에서 내려오는 분들을 만났다.

산행 시작 후 처음 만나는 분들이다.

무척이나 부지런한 분들이다 싶었는데 도리어 우리 보고 대단하단다.

알고 보니 동네분들이 운동 삼아 중턱까지만 올라갔다 내려오는 모양이다.


 조금 더 올라가자 무덤이 나왔다.

이곳이 사유지일까 싶기도 하고, 이 높은 곳에 묘를 쓴 자손들은 1년에 과연 몇 번이나 찾아올까 쓸데없이 궁금해진다.

친구를 기다리며 주변을 돌아보니 오른편으로 길이 하나 보인다.

아무래도 잘 나 있는 길로 가는 것이 맞겠지만 저 길은 어디로 통할까?

 

 한참을 말없이 걸었다.

이정표에는 1차 목적지인 간월재까지 거리가 얼마인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이 길을 쭈욱 따라가면 나오겠지만 정말 불친절하네.

구시렁거리며 걷는다.



 친구는 복합웰컴센터 직원이 가르쳐준 길이 안 나온다며 수시로 두리번거린다.

아하! 林道를 따라 빙빙 돌아가지 말고 힘이 들고 길이 안 좋아도 수직으로 올라가라는 말이었구나.

간단한 안내표지가 나오는 곳에서 희미한 길을 찾아 오른다.

삐죽삐죽 솟은 돌들이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듯 험상궂은 길이다.

그런 길을 한번 힘내서 오르고 나면 다시 임도가 나오고 다시 비슷한 길이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간혹 두껍게 언 얼음이 있는 걸 보고 해발고도가 많이 높아졌나 보다며 기운을 내 본다.


 임도는 구불구불 꽤 길게 이어져 있다.

임도에 올라서 보면 어김없이 똑같은 안내판이 나타난다.

그걸 보고 경비가 많이 절약되었을 거라고 하면서 피식 웃었다.

가파른 돌길 찾는데에도 이골이 났나?

임도에 올라서서 좌우 양쪽으로 눈길을 주면 노란 리본이 보이거나 날카로운 돌이 조금 닳았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다시 산길과의 힘겨운 투쟁이 이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