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여행 둘째날 - 등억온천단지 가는 길
점심을 먹고 여유있게 쉬다가 배낭을 둘러멘다.
이제 울주군 등억온천단지로 가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한 직행버스 타는 곳을 물으니 모두들 고개를 내젓는다.
하기는 요즘 같은 세상에 자기가 이용하지 않는 버스노선을 외우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
태화루 사거리 버스 정류장에서 확인하니 우리가 찾는 버스 번호가 없다.
태화강 건너인가 보다 하면서 태화교를 또 건넌다.
태화강 물은 정말 맑다.
한때 죽은 강이라고 소문났었는데 대도시 강 중에서 가장 맑다고 하던가.
태화강을 이렇게 살린 울산시장은 두고두고 역사에 남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걷는다.
물새가 물고기를 찾아 수면을 낮게 날다 물속으로 잠수하는 모습이 평화롭다.
아무도 저 문장을 바꾸거나 되돌릴 수는 없다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나는 이야기인지
옮겨 적을 수도 없는 비의를 굳이 알아서 무엇 하리
한 어둠이 다른 어둠에 손을 얹듯이
어느 쪽을 열어도 깊이 묻혀버리는
이 미끌거리는 영혼을 위하여 다만 신발을 벗을 뿐
추억을 버릴 때도
그리움을 씻어낼 때도 여기 서 있었으나
한 번도 그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구나
팽팽하게 잡아당긴 물살이 잠시 풀릴 때
언뜻언뜻 비치는 눈물이 고요하다
강물에 돌을 던지지 말 것
그 속의 어느 영혼이 아파할지 모르므로
성급하게 건너가려고 발을 담그지 말 것
우리는 이미 흘러가기 위하여 태어난 것이 아니었던가
완성되는 순간 허물어져 버리는
완벽한 죽음이 강물로 현현되고 있지 않은가
나호열의 < 강물에 대한 예의> 전문
강을 건넌 후 버스 정류장을 찾으려고 스마트폰을 넣어 두었다고 생각한 주머니를 보니 텅 비었다.
이게 무슨 일이래?
아무리 찾아도 전화기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요즘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는 건 지갑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다.
이곳저곳 뒤져보아도 없어 친구가 내 전화로 전화를 해 본다.
신호는 가는데 받는 사람이 없단다.
난감하다.
음식점에서 식탁 위에 올려놓고 보았던 기억이 마지막이다.
하는 수 없이 무거운 마음과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시 음식점으로 향한다.
다리가 아프지만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지.
전화기를 잃어버리면 남은 여행이 즐겁지 않을 것은 뻔한 일 아닌가.
당연히 사진도 찍을 수 없을테고.
허위허위 식당을 찾아가니 우리를 알아본 주인장 말이 자기가 식탁을 치웠는데 전화기를 못 보았단다.
그래도 우리가 앉았던 식탁을 확인해 보았지만 당연히 아무 것도 없다.
기대가 어그러져 망연자실해 있는데 친구가 무심코 다시 전화를 해 보더니 찾았다고 소리를 친다.
옆자리 식탁 아래로 들어간 의자 위에서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단다.
배낭을 메는 과정에서 주머니에서 빠져 엉뚱한데 떨어진 모양이다.
휴!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니 친구한테 몹시 미안하다.
KTX 울산역에 가는 직행버스를 타기 위해 태화교를 또 건넌다.
KTX 울산역에서 등억온천단지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하고.
오거리가 되다 보니 건너편이라고 일러 주면 한곳 빼고는 다 건너편으로 여겨져 친구와 의견이 나뉘기 일쑤이다.
그러다가 태화강변 버스정류장에서 KTX 울산역 가는 다른 직행버스를 타게 되었다.
처음 기다리던 버스는 1시간 가까이 걸린다고 되어 있었는데 운이 좋게 이 버스는 바로 울산역으로 간다.
울산역에서 내려 등억단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소식이 없다.
배차간격이 매우 드문 버스인가 보네.
게다가 버스 도착을 알리는 안내판을 보아도 도무지 확실한 정보를 파악할 수가 없다.
버스가 금세 도착할 것처럼 되어 있었는데 출발도 안 한 것으로 나오기도 하고.
지역이 다르니 버스 도착정보 하나 제대로 알기 어렵구만.
갑자기 촌사람(?)이 된 느낌이다.
울산 외곽지역 벌판에 KTX 울산역이 우뚝 서 있다 보니 바람이 얼마나 얼굴을 할퀴어대는지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건물 안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가 나가서 기다리기를 반복한다.
30분을 넘겨 기다렸는데도 버스는 올 기미가 없다.
결국 친구와 나는 기다리다 지쳐 일단 울주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울산역에서 울주는 10여분 거리이다.
울주에 들어서서 버스시간을 보니 역시나 마찬가지이다.
등억온천단지 가는 버스노선은 단 하나인데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주민들이 삼삼오오 앉아 있는 승강장 대기석이 따듯하다.
어젯밤 간절곶에서 버스 정류장에 난방이 들어오더니만 울주군 모든 정류장이 그렇군.
언제까지 여기 앉아 있을 수 없으니 여기에서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택시 기사는 우리 배낭을 보고는 간월재 오르는 길을 열심히 설명한다.
어제 대왕암공원 가는 길에 탄 버스기사도 그러더니만 지역을 찾는 사람에게 사명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다.
택시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우리가 가려는 자수정동굴 앞에 우리를 내려 놓았다.
본래 장생포 고래 특구를 가려던 계획을 바꿔 자수정동굴에 왔는데 자수정동굴은 과연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