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울산 여행 첫째날 - 대왕암공원에서

솔뫼들 2019. 1. 2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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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하루는
여행을 떠나
발길 닿는 대로 가야겠습니다 

 
그날은 누구를 꼭 만나거나
무슨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의 짐을 지지 않아서 좋을 것입니다 

 
하늘도 땅도 달라 보이고
날아갈 듯한 마음에 가슴 벅찬 노래를 부르며
살아 있는 표정을 만나고 싶습니다 


시골 아낙네의 모습에서
농부의 모습에서
어부의 모습에서
개구쟁이들의 모습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알고 싶습니다 

 
정류장에서 만난 사람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고
산길에서 웃음으로 길을 묻고

옆자리의 시선도 만나
오며 가며 잃었던
나를 만나야겠습니다 

 
아침이면 숲길에서
나무들의 이야기를 묻고
구름이 떠가는 이유를 알고
파도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저녁이 오면 인생의 모든 이야기를
하룻밤에 만들고 싶습니다
돌아올 때는 비밀스런 이야기로
행복한 웃음을 띄우겠습니다


용혜원의 < 어느 날 하루는 여행을 > 전문


오래 전부터 울산 여행을 계획했다.

혼자는 엄두가 안 나 친구가 방학 하기를 기다려 연초에 가기로 했다.

울산터미널에 집결해 거기에서 만나 함께 움직이는 걸로.


  새벽 5시 45분 어둠이 깃든 시간 집에서 나가 강남고속터미널로 향한다.

스마트폰에 내가 사는 동네 최저기온이 영하 9도라고 나온다.

싸늘한 겨울 공기가 몸을 움츠러들게 하지만 기분 좋은 여행의 시작이니 힘을 내자.


 오전 7시 20분 고속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는다.

좌석을 반쯤 채운 버스는 부리나케 서울을 빠져나간다.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접어들었나?

며칠째 불면증으로 고생한 끝이라 비몽사몽 정신이 없다.

여행길에 이러면 곤란한데...


 잡다한 생각으로 헤매다 보니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펼쳐진다.

요즘은 새로 뚫린 도로가 워낙 많아 네비게이션이 아니면 정말 헷갈린다.

대중교통에 몸을 맡기면 그런데에 신경을 안 써도 되니 마음이 편안하기는 하지.



 2시간 남짓 달린 버스는 휴게소에 잠시 쉰단다.

낙동강의성휴게소란다.

휴게소 이름이 길군.

잠시 일어나 허리를 펴고 불편한 자세로 있던 몸을 풀어준 다음 간단히 준비해온 먹을거리로 요기를 한다.

배낭여행에는 나름대로 익숙해졌으니 준비물을 챙겨 짐을 싸는 데에도 이골이 났다고나 할까.

무게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은 무거워도 챙겨 넣어야겠지.


 오전 11시 15분경 친구에게서 울산터미널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영덕은 아무래도 같은 경상도권이니 버스를 갈아타더라도 시간이 덜 걸리겠지.

울산 공업탑 로터리에서 정차한 후 버스는 11시 40분경 울산고속터미널에 도착했다.

우리는 '빵빵한' 배낭을 짊어진 50대 아줌마 부대다.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길 건너편 해장국집에서 감자탕과 굴국밥으로 배를 채우고 대왕암공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한다.

대왕암공원으로 가는 버스 운전기사는 우리 차림을 보고는 연신 울산 자랑을 한다.

어떻게 걸으면 좋다는 둥, 어디를 빼 놓으면 안 된다는 둥.

지역에 대한 사랑이 지대하시니 관광 안내 가이드를 하면 좋겠군요.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산 해수욕장 입구에 도착했다.

 


 울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대왕암공원은 신랑문무대왕비가 죽어서 호국룡이 되어 이 바다에 잠겼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이다.

경주에 대왕암이 있었는데 문무왕의 호국정신을 기리려 여기에도 대왕암이라 해 놓았군.

가끔 지나친 국가주의가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아무리 개인주의가 발달한 사회라 해도 국가가 존속하지 않는다면

개인 또한 제대로 살아가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 아닌가.

지금도 가끔 난민이 국제 문제가 되는 걸 보면서 국가가 어떤 의미인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해수욕장 성수기가 아니어서인지 일산 해수욕장은 썰렁하다.

그래도 평소 얼마나 휘황찬란할지 주변을 돌아보면서 느끼게 된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굵직한 제조업체가 자리잡고 있어 지역 경제가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겠지.

2015년 동해안을 따라 난 길을  걷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을 때 공사중인 곳이 많아 '울산은 공사중'이라는 팻말을 붙여 놓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대왕암공원도 공사중이었고, 울산대교도 공사중이었고, 울산대교 전망대도 공사중이었고...

그래서 이런 공사들이 다 끝난 다음 여유있게 울산을 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지.

 


 일산해수욕장에서 계단을 올라 松林이 우거진 공원으로 접어들었다.

겨울이 맞나 싶을 만큼 청정한 기운에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해 본다.

아하! 그 동안 얼마나 미세먼지에 시달렸던가?

오늘도 그렇다고는 하지만 바닷바람과 소나무 사이에 서 있으니 미세먼지도 지레 겁먹고 도망가지 않았을까.


 다양한 코스가 있지만 바닷가 길을 선택해 따라가기로 했다.

4년 전 이곳을 걸을 때  4월임에도 불구하고 비바람에 우산은 훌렁 뒤집어지고, 체감온도가 떨어져 손은 시리고, 공사중인 이곳저곳 돌아가느라 짜증이 났었지.

거기 비하면 겨울이기는 하지만 오늘 날씨는 얼마나 좋은가.

하늘 맑지, 기온 포근하지, 바람 적당하지...



 

 소나무와 어우러진 기암괴석에 반하고 파도소리에 귀를 씻으며 걷는다.

바다쪽에 면한 바위는 무슨 이름을 가졌나?

할미바위라는데 그런가 보다 하고 사진을 찍고 나니 다른 쪽에서 보면 영락없는 사람 얼굴이라고 친구가 말한다.

그런데 내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할미바위보다는 할아비바위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좀더 남성적인 거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할미바위를 지나고 나니 사람들이 꽤 보인다.

주차장에서 오르기 쉬운 곳인 게지.

울기등대를 거쳐 관광코스라고 할 수 있는 길이 이어지고 있구만.

사람들의 차림새도 일상복에 구두를 신은 사람들이 대다수 어울려 다닌다.

거기에 우리 같은 차림새는 얼마나 생뚱맞은지...



 대왕암이라는 곳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우리도 그 사람들 사이에 끼어 대왕암으로 발길을 옮긴다.

누구에게 부탁해 친구와 함께 사진 한 장 찍으려 했지만 끼리끼리 어울리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쉽지 않다.

이럴 때 '셀카봉'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한다.

그런데 생각만 하지 그리 비싸지도 않은 것을 장만하게 되지 않는 건 왜일까?



 대왕암을 둘러보고 파도소리에 발맞춰 돌아나오니 오른편에 좌판이 펼쳐져 있다.

내려다 보니 해녀들이 직접 잡아온 해물을 판매하는 곳이다.

바닷물에 떨어진 체온 때문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있는 해녀들의 모습이 안쓰럽다.

해녀는 어디나 그렇지만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다.

이런 데에서는 팔아주는게 맞겠지.

금방 잡아온 싱싱한 자연산 해산물을 접하는게 어디 쉽겠는가.

한쪽에 자리를 잡고 해삼과 소라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데 잠깐이지만 바람 때문에 자라목이 되었다.

아무리 남도라지만 겨울은 겨울이군.


 해녀들은 대부분 제주 출신인 모양이다.

해녀들끼리 대화를 할 때 제주도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우리에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특유의 제주도 사투리가 정겹다.

멀리까지 와서 생존을 위한 일에 종사하고 있으니 그들끼리 연대감이 투철하겠지.

잠깐이지만 사람살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