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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여행 5 - 후포항, 고래불 해수욕장에서

솔뫼들 2018. 9. 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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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후포항으로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친구와 여러 번 갔던 곳입니다.

무뚝뚝한 것 같은 주인 아주머니의 속 깊은 정이 느껴지는 집이지요.


주말인데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전에는 1층에 자리가 없어 허리를 굽히고 2층으로 올라갔던 기억이 있는데 말입니다.

휴가철이 지나서인지 아니면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옆자리에는 대규모 단체 손님이 있습니다.

좀 시끄럽기는 하네요.

그래도 참을 만한 것이 그 사람들이 술에 취해 마구잡이로 떠드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이 지긋한 형제들이 모여 함께 하는 가족 모임이군요.

형제라고 하더라도 제각각 바빠 얼굴 보기도 쉽지 않은 시대에 아주 의좋아 보입니다.



 회가 나왔습니다.

늘 그렇지만 곁다리 음식은 없어도 회가 워낙 푸짐하지요.

젊은 친구들이 많이 먹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접시가 빨리 비워지지 않는군요.

급할 건 없으니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내일 일정을 이야기합니다.

좋은 안주를 두고도 車 때문인지 술도 안 마시네요.

운전할 사람이 많은데도 모두 눈치를 보나 아니면 술을 멀리 하기로 했나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웃고 떠들다 매운탕까지 찾아 먹고 밤거리로 나왔습니다.

친구 집으로 가는 길에 고래불 해수욕장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고래불'이라는 이름은 여러 說이 있기는 한데 파도가 춤추는 모양이 고래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하던가요.

고려 말 三隱 중 한 분인 목은 이색 선생과 관련이 있다지요.

목은 이색 선생과 관련된 전설이나 지명도 근처에 여럿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고래불 해수욕장에 고래를 본딴 조형물이 조명을 받아 환하게 빛나고 있군요.

까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파도소리를 들으며 늦여름을 즐기는 시간입니다.

북적거림, 소란스러움, 열기.

그런 것이 없는 늦여름밤 해수욕장입니다.

 그런데 친구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어둠 속에서 친구를 찾으니 한참만에 온 친구가 말합니다.

음악분수 쇼를 하는 시간을 알아 보았다고요.

20여분 기다리면 분수쇼를 한답니다.

여름 성수기에는 매일 하고, 성수기가 지나면 주말에만 하는 모양입니다.

8월까지 한다는데 지금이 8월 마지막 주말이니 우리가 운이 좋군요.


 90년대 초반 싱가포르에 갔을 때 센토사섬에서 처음 음악분수 쇼를 보았습니다.

싱가포르의 명물이라 했지요.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물줄기가 신기했습니다.

한동안 눈을 떼지 못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지만 말입니다.



 드디어 음악분수쇼가 시작되었습니다.

일부러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도 보이네요.

다양한 빛깔과 모양으로 출렁이는 물이랑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정말 다채롭군요.

이런 형상을 만들기 위해 꽤 고심을 했겠다 싶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습니다.

초록색이었다가 주황색으로 변했다가 다시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물줄기가 보석 같아 보입니다.

황홀하군요.

옆으로 퍼졌다가 하늘 높이 치솟기도 하고 나란히 줄을 선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물줄기가 너울너울 날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폴짝폴짝 뛰는 것 같기도 하고...



 서로 어우러졌다가 따로 놀다가 하는 모양이 인간사 비슷하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정말 좋은 구경거리입니다.

오늘 하루 참 여러 가지를 하는군요.

그러니 하루가 길게 느껴지지요.


 음악분수쇼가 끝나고 하늘을 보니 언제 주변이 조명으로 환했나 싶게 달과 북극성 주변만 부유스름하고 검은빛 일색이군요.

음력으로 보름인데 날씨가 흐려서인지 어두컴컴합니다.

내일 날씨가 살짝 걱정이 됩니다.

박총무는 비가 내리는 금강소나무숲도 운치가 있을 거라지만 말입니다.




 친구는 우리를 위해 지인 집에서 맛난 김치를 얻어간다고 합니다.

아이고!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말입니다.

늦은 밤에 골목을 찾아들어가 해산물이 잔뜩 들어가 깊은 맛이 난다는 김치를 얻어서 친구 집으로 갑니다.

물론 맥주 몇 병 사 가지고서 말이지요.


 차례로 씻고 맥주 한 잔씩 앞에 두고 앉았습니다.

아침에 출발시간부터 치면 20시간쯤 지났군요.

시간을 알뜰하게 잘 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곤해서인지 맥주 한 잔 겨우 마시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내일을 위해 억지로 눈을 감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