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이름에서 느껴지는 무게감 - 대암산 용늪 (1)

솔뫼들 2018. 8. 28.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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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블로그에서 우연히 대암산과 관련된 내용을 보았다.

오래 산에 다녔어도 익숙하지 않은 산 이름에다 '용늪'이라는 이름이 풍기는 신비로운 느낌이라니...

바로 어떻게 갈 수 있나 여기저기 찾아 보았더니 '대암산, 용늪'은 민간인 통제구역에 있어서 국방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국내 람사르 습지 1호인 용늪은 해설사를 따라가야만 출입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말이다.


 지난 봄 이용했던 안내산악회를 찾아 보니 7월 말에 가는데 7월 초임에도 이미 만석이란다.

하는 수 없이 다른 곳을 찾으니 8월 15일 광복절에 가는 산악회가 있다.

우리 산악회 회원들에게 알리자 4명이 참석 의사를 밝혀 얼른 신청을 했다.


 오전 7시 10분 출발이니 7시까지는 출발지로 가야 한다.

오랜만에 새벽 5시 20분에 집을 나서 6시 40분경 신사역에 도착했다.

유사장님, 로미도 벌써 도착했다.

신사장님은 오시는건가?

어제 전화로 날씨 때문에 안 갈까 한다고 하셔서 열심히 설득을 했는데 모르겠네.

버스 안에서 셋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문득 창 밖을 보니 신사장님이 보이신다.

잘 오셨습니다.


 시간이 이른데도 도로는 밀린다.

광복절을 끼고 늦게 휴가를 가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지.

하기는 어디를 가든 찜통이니 휴가 떠날 엄두가 안 나기도 했을 것이다.

얼마나 더우면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없겠는가.

시원하게 놀기 위해 바닷물에 들어가는데 바닷물이 미지근하고 햇볕이 너무 따가워 도무지 해수욕을 즐길 상황이 되지 않는 것이겠지.

기록적인 폭염에도 어찌 되었든 근교 산이나마 꾸준히 다녀서 그런지 나는 그런 대로 견딜 만하다.




 강원도 인제와 양구에 걸쳐 있는 대암산 용늪은 생태 환경 보호차 하루에 세 팀만 인원을 제한해 입장시킨다고 해서 정해진 시간에 들머리에 도착해야 하는데 도로 사정이 안 좋아 시간에 쫓긴단다.         

그래도 잠시 휴게소에 들렀다가 들머리로 향한다.

용늪 체험관에서 안내해 주시는 분을 만나 대암산 들머리로 향한다.

차량 한 대가 겨우 다닐 만한 농로를 대형버스가 들어가려니 쉽지 않네.     

그래도 안전이 제일이니 천천히 가자고요. 


 대암산 들머리에서 안내해주시는 분의 설명을 듣는데 여기는 국방부, 산림청, 환경부 세 군데의 허가가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한 곳이란다.

생태계의 寶庫라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이 된 곳이라고.

엄청난 곳이었구나.

'대암산'이라는 산 이름과 '용늪'이라는 습지 이름에서 무게감과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했더니만 역시나 잔뜩 기대를 해도 되겠는걸.

오고 싶었던 곳이기는 했지만 간략한 정보만 알고 예습을 안 해서 잘 몰랐는데 꼭 와 보아야 할 곳이었다.


 가이드를 따라 준비운동을 한 후 입산 허가를 알리는 목줄을 걸고 오전 10시 25분, 첫 발을 옮긴다.

여기 해발고도가 630m라니 엄청나게 올라온 셈인데 용늪의 해발고도가 1280m.

적어도 600m 이상 올려야 한다는 말이다.

에고, 만만하게 보고 왔는데 심각하네.



 선두 가이드를 따라 사람들이 우루루 가고 난 후 우리는 천천히 뒤에서 걷는다.

정해진 시간 안에 가면 되겠지.

어차피 경사가 있으니 속도를 처음부터 올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유사장님은 씩씩하게 앞서 가시며 본인의 속도를 놓치면 자신이 없어서 그런다고 하신다.

나도 신사장님 속도를 맞추려 노력하지만 쉽지는 않아 고민이 된다.

그런데 로미가 신사장님과 뒤에 처지더니 후미를 맡은 가이드가 알아서 신사장님 속도에 맞춰 오고 있다면서 금세 올라왔다.

신사장님은 맨 꼴찌가 되시면서 나를 오라 해서 민폐를 끼치게 만들었다고 볼멘소리를 하시더니만 그래도 잘 오고 계시네.


 처음에는 녹음이 이어져 좋다고 하면서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짙은 나무 그늘과 물소리가 정말 깊은 산중임을 말하는 듯하다. 

수도권은 물 구경하기 힘든데 여기는 계곡에 물이 제법 많구만.

어찌 되었든 더운 여름 산에서는 물이 최고 아닌가.

물론 환경 보호 차원에서 함부로 씻거나 오염시키면 안 된다는 주의를 듣기는 했다.




 평소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곳이어서인지 보기 드문 꽃들이 눈에 많이 띈다.

저 꽃은 물레나물, 저 꽃은 둥근이질풀, 노랑물봉선도 보이네.

짚신나물도 길 옆에서 방긋 인사를 한다.

정말 곰배령처럼 여기도 만나기 힘든 들꽃 천지였다.

일행 뒤쪽에서 가면서도 언제 다시 올까 싶어 연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출렁다리를 지나고 나자 급경사가 이어진다.

숨이 가쁘기도 하지만 떨어지는 땀을 주체할 수 없다.

도대체 내 몸에 물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기에 이렇게 땀을 흘리는 거지?

벌써 상의는 땀으로 젖어 버렸고, 다리에 난 땀 때문에 바지가 감겨서 걷기에 몹시 불편하다.

그래도 하는 수 없지.

한창 성난 풀에 긁힐까 싶어서 바지를 걷어올리지도 못 하고 헉헉대며 오른다.



 가다 보니 전에 어디선가 본 어주구리(魚走九里)에 얽힌 이야기가 씌인 안내문이 보인다.

다시 보아도 참 재미있다.

어떻게 생긴 물고기인가 한번 보고 싶어지는 걸.


용늪에서 살고 있던 물고기가 용이 승천하는 소리에 놀라 달아나다 나무꾼에게 잡혔는데 다음날 나무꾼이 용늪에서 도망쳐온 거리를 재어보니

십리(十里)에서 조금 모자라는 구리(九里)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본격적으로 습지보호구역으로 들어간다.

고사릿과의 관중이 큰 입을 벌리고 있다.

고사리는 화석식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오랜 세월 지구상에서 살아온 식물이다.

관중도 어린 잎은 먹을 수 있단다.

많은 종류 중 우리가 먹는 것은  정해져 있지만 지금도 고사리의 독성 여부에 대해 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며 가다 보니 앞서가던 사람들이 쉬고 있다.

먼저 가신 유사장님을 눈으로 찾으니 안 보이시네.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히 우리보다 앞서 가셨는데...

뒤에 오는 로미한테 물어도 모른다는 대답이다.

휴대전화도 먹통이 된 산에서 무슨 일인가 걱정을 하고 있는데 후미에 오시던 신사장님과 유사장님이 함께 올라오신다.

이유를 들어보니 너무 더워 반바지로 갈아 입느라 늦었다고 하신다.

통 넓은 얼룩이 반바지가 시원해 보이기는 한다.


 물 마시고 로미한테 받은 초콜릿 하나 먹고 나니 선두에서는 또 출발이다.

꽤 속도가 빠르다.

제대로 간식 먹을 틈도 안 주는군.

늦게 온 사람은 늦게 출발하는게 맞겠지.

늑장을 부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