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봉암사 (2)
K형!
오전 8시 25분 드디어 일주문에 도착했습니다.
걷는다고 했을 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2km니 4km니 하고 겁을 주더니만 거리가 꽤 되네요.
4km 가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서둘러 걷느라 땀을 뻘뻘 흘렸네요.
봉암사는 신라 헌강왕 5년 지증국사가 창건한 고찰로 고려 태조 18년 정진국사가 중창한 이후 선원으로 맥을 이어온 사찰입니다.
봉암사는 구산선문 가운데 희양산파의 주봉이 되어 흐름을 이어온 사찰로서 1947년 해방 직후 사회적 혼란이 극심한 상황에서 한국 현대사의 새로운 흐름을 창출할 결사를 하게 되는데 성철 스님의 주도하에 청담, 자운, 우봉 등이 무슨 일이 있든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뜻을 모았다고 하는군요.
이른바 유명한 '봉암사 결사'입니다.
그 후 20人이 참여해 수행의 근간을 세웠는데 6.25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중단되었다가 1982년 조계종에서 특별수도원으로 지정해 수행도량으로서 분위기를 조성해 줌으로써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친구가 셔틀버스로 올라간 친구들을 찾으니 바로 일주문 주변에서 쉬고 있습니다.
그들과 만나 봉암사를 향해 오릅니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내려오는 사람들도 제법 되는군요.
근처에 사는 불자들이 새벽 예불을 드리고 공양을 하곤 내려가는 모양이지요.
저는 이번에 봉암사를 처음 방문하는 건데 친구는 몇 년 전에 왔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험상 일찍 출발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고요.
다른 두 친구들도 저처럼 초행이랍니다.
친구가 이끄는 대로 먼저 마애불을 찾아 올라갑니다.
벌써 줄을 서다시피 오르는군요.
해마다 찾는 사람들도 있는지 많이 알려졌나 봅니다.
마애불에 오르는 길은 산길입니다.
며칠 전 내린 비로 나무 뿌리며 길이 미끄럽습니다.
앞서 가던 사람 한 명이 살짝 미끄러졌습니다.
물기 있는 나무뿌리를 밟은 모양입니다.
조심해야겠군요.
10분 남짓 걸어 마애불에 도착했습니다.
봉암사 마애불은 높이 4.5m, 폭 4.4m의 비교적 규모가 큰 마애불로 17C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환적 의천 선사의 願佛이라고 하네요.
願佛이 무언가 싶어 찾아 보니 '개인적으로 사사로이 모셔 놓고 소원을 비는 부처'라고 나와 있습니다.
규모도 규모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드물어서인지 보존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시대적으로 엄청나게 앞선 시대는 아니지만 전혀 마모되지 않고 선명하게 새겨진 대로 모습을 유지하고 있군요.
저절로 두 손을 모으게 됩니다.
김해 구산동 산 57번지의
도 유형문화재 제186호 마애불 찾아
힘겨운 산행을 한다
숨 가쁘게 정상을 다 올라와서야
암벽 면을 다듬어 선각된
연화 좌에 아미타부처
자태를 드러낸다
청태 낀 어깨 위에
커다랗게 늘어진 귀
세상 온갖 풍상 다 듣고자 함인가
바람을 끼고 흐르는 계곡 물소리
나무와 숲이 하늘을 이고
억겁을 쌓아 가는 듯 신비가 흐른다
인적이 드물어 재만 남은 향로에
향을 피우고 합장하노라니
적막이 나를 에워싸고 우주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