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경북수목원 생태관찰로를 거닐다 (2)

솔뫼들 2018. 6. 1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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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형!


 생태관찰로라고 해도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있군요.

아까 보았던 사람들은 내연산을 오를 예정인가 봅니다.

꽤 긴 산행이 되겠지요.

우리는 중턱에 난 길을 걸어 갑니다.

그래도 해발고도는 꽤 높습니다.


 걷다가 꽃밭등이라는 이름을 가진 지명을 만났습니다.

내연산에 유독 토박이말로 된 지명이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여기에는 꽃밭등이라는 말의 유래가 적혀 있네요.

전에 그런 지명을 만날 때마다 지명의 유래를 적어 놓았으면 좋았겠다 생각을 했었지요.



 비슷비슷한 길이 이어집니다.

아는 꽃은 알아서 반갑고 낯선 꽃은 또 새로운 맛에 즐겁고...

그렇게 생각하고 숲속 식물들과 인사를 하며 걸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군요.

식물에 아무런 관심이 없으면 지루한 길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번에는 고광나무꽃을 만났습니다.

역시나 흰꽃인데 이파리에 약간 털이 있지요.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계절의 끝에 흰꽃이 핀다는 말이 있더니만 쪽동백, 층층나무, 산딸나무, 고추나무 등등 흰꽃을 피운 나무를 주로 만나게 되네요.

녹색과 흰색의 깔끔한 조화가 보기 좋습니다.

보기만 해도 싱그럽지요.



 한참 걷다가 계곡을 만났습니다.

자그만 식물이 물속에서 자라고 있네요.

잠깐 물가에서 손을 씻으며 물결에 시달려 물이 흐르지 않는 쪽보다 작은 식물을 바라봅니다.

살기가 힘은 들겠지만 어려움을 떨치고 생명을 이어가는 힘을 느끼게 됩니다.


 계곡을 건너가 정자에 자리를 잡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었군요.

그리 힘든 코스가 아니어서인지 아니면 중간에 과일을 먹어서인지 그다지 허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싸온 빵과 과일, 커피로 간단히 요기를 합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쪽동백 꽃잎이 하얗게 쏟아져 있군요.

꽃이 통째로 떨어져 비감함을 주기도 하지만 귀엽기도 합니다.

꽃잎을 주워 의자에 가지런히 놓아 봅니다.

친구는 그 모습을 보고는 동자승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 같다고 하네요.

저는 절집의 꽃살문 같은 느낌이 드네요.

저는 단순한데 친구의 상상력이 훨씬 깊고 풍성합니다.

아무튼 흰 꽃잎 셋을 나란히 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다 사진 한 장 찍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사진을 보고 어떤 걸 떠올릴까요?


 주섬주섬 정리를 하고 다시 길로 나섭니다.

이제 약간 오르막길이 이어진다고 친구가 겁(?)을 줍니다.

그렇다고 숨이 차도록 오르는 길은 아니겠지요.

거의 경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오르막길이네요.

걷기 좋은 길입니다.



 소담스럽게 꽃을 매단 쪽동백나무가 이어집니다.

오늘은 완전히 순결하게 흰 쪽동백꽃의 세례를 받고 있군요.

정말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친구는 앞으로 쪽동백 꽃은 절대로 잊지 않을 것 같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눈에 담았으니 잠결에도 보일지 모르겠네요.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5월입니다.

기후변화로 기온은 뒤죽박죽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5월의 신록이 가장 예쁘겠지요.

길을 걷다 가끔 눈을 씻는 것처럼 가늘게 뜨고 5월의 숲을 들여다봅니다.

무수한 생명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그 뜨거운 함성이 들리시나요?


 신록을 예찬하고 싶다

 신록은 바다 속 같다

 단물이 난다

 벌레가 먹기 좋고

새들이 숨어서 노래하기 좋다

나도 산길을 거닐다 신록에 미쳐

파랗게 질린다

신록 속에는

사랑의 비결이 많다

 이생진의 < 아름다운 신록 >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