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다섯째날 하노이 (2)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둘러본다.
오토바이에 사람들, 그리고 대형 관광버스까지 섞여 아수라장이나 다름이 없다.
휴!
버스끼리 부딪치든가 오토바이가 쓰러지든가 금세 무슨 일인가 벌어질 것 같은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겨우 버스를 타고 이번에는 호안끼엠 호수와 재래시장을 둘러보기 위해 이동한다.
호안끼엠 호수는 하노이에서 꼭 가 봐야 할 곳이라나.
스트릿카를 타고 구불구불한 시장을 한 바퀴 돈다.
여기저기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오토바이와 다른 스트릿카 때문에 가던 길을 멈추고 서 있기도 하고, 피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가는 길이 막히기도 한다.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건물에 뒤엉킨 전깃줄이며 내걸린 빨래며...
오래 전 서울 청계천 주변을 떠올리게 된다.
아! 오토바이의 행렬을 빠뜨리면 안 되겠지.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데다 자동차가 생산되지 않으니 비싼 수입차값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이 대부분 즐겨 탄다는 오토바이는 달랏에서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오토바이의 행렬.
우리 같은 관광객은 혼자서는 절대로 도로를 건널 수 없을 것 같다.
베트남에서는 암보다 오토바이 사고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던가.
달랏에서 센터장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두 사람이 오토바이를 함께 탔을 때 자세에 따라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고.
앞사람의 허리를 꼭 붙잡고 타는 경우는 확실한 연인 관계나 부부이고, 두 사람 사이에 가방 등 다른 물건이 있는 경우는 그냥 아는 사이, 어설프게 앞사람을 붙잡은 경우는 어정쩡한 관계이겠지.
그 다음부터 남녀 두사람이 오토바이를 함께 탔을 경우 어떤 자세인가 눈여겨보게 되었다.
물론 시장통이다 보니 혼자 타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데 한손으로 오토바이 운전을 하면서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걸 보면 내가 다 불안해진다.
사고가 많이 날 수밖에 없겠는걸.
꼬불꼬불 시장을 얼마나 돌았나?
매캐한 매연 냄새에 코가 마비될 무렵 스트릿카는 시장을 빠져나와 호안끼엠 호수 주변을 천천히 돈다.
차에서 내려 걸어서 호수를 한 바퀴 돌면 좋으련만 그것 역시 나 혼자만의 생각이겠지.
호수에는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도 많이 보이고 산책 삼아 나온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호수 주변에는 전통 음식과 커피를 파는 카페도 많이 보이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카페 같아 보이는 곳 의자가 우리네 목욕탕에서 앉는 것 같다.
저런 곳에 불편하게 앉아 돈을 주고 커피를 사 마시나?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하노이는 '강 사이에 있는 도시'라는 뜻이란다.
물이 많을 수밖에.
지반이 약해서 지하철 건설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니 물이 얼마나 베트남의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커피나 다른 채소 등 재배에는 적합하니 긍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겠지만.
천천히 간다고 해도 차를 타고 도니 어디 한 군데 제대로 볼 수가 없다.
호수 안에 있는 사원도 한번 구경해 보고 싶은데...
호기심에 연신 전화기로 사진을 찍어보지만 움직이는 차량 안에서 찍은 사진이 잘 나올 리가 없고.
호수에 있는 저 아치형 다리는 산책 삼아 걸으라고 만들어 놓은 다리겠지.
부지런히 눈을 돌리느라 바쁘다.
한 바퀴 다 돌았다.
여기는 미리 알았더라면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를 준비해야 하는 코스네.
재래시장 구경이 재미는 있지만 심각한 대기 오염이 문제가 되어 관광객이 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숨을 쉬는 동안 피할 수 없는 것이 공기이니...
다시 버스에 올라 저녁을 먹으러 간다.
비교적 깨끗한 거리를 지난다.
여기는 도로도 넓고, 건물도 멋지고, 백화점인지 명품을 광고하는 안내판도 보인다.
하노이의 중심가인가 보군.
얼마쯤 갔을까?
한글이 자주 보인다.
아니 서울 어느 동네를 옮겨 놓은 것 같기도 한걸.
한글로 쓰인 보습 학원도 있고, 음식점도 있고, 마사지 가게도 있고...
한인타운인가 본다.
그 중 한 군데 음식점에 들어갔다.
아하! 오늘 저녁 메뉴는 닭갈비구나.
프라이팬에 이미 조리된 음식이 나오는데 한국에서 먹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꽤 맛이 좋은걸.
거기에 볶음밥도 맛있고.
사실 외국에 나가 한국 음식을 먹으면 값은 비싼데 한국 음식 흉내만 내는 경우가 많다.
몇 번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그냥 외국 음식을 먹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었지.
여기는 제대로 하는군.
대신 가격이 베트남 물가를 생각하면 꽤 비싸다.
한인타운 물가가 비싸고 아파트 임대료도 비싸 이사갈 생각이라고 가이드가 말하더니만...
저녁을 잘 먹고 발마시지도 받는다.
마지막까지 편안한 시간이네.
이번 발마사지사는 성의껏 꼼꼼하게 해 준다.
발이 시원하고 피로가 풀리니 저녁도 먹었겠다 스르르 잠이 몰려온다.
옆 사람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피식 웃는다.
모두들 그렇겠지.
이제 베트남에서의 시간을 뒤로 하고 공항으로 이동한다.
한국 시간으로는 자정이 넘은 시간 출발하는 비행기이다.
비행기에서 자는 일만 남았군.
올 때와는 다르게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언제 다시 베트남에 올지는 모르겠지만 평화롭고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는 생각을 가지고 베트남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