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뜬다 월출산 (2)
오후 1시 40분 산성대에 도착했다.
산성대는 천황봉 북쪽으로 뻗은 능선 위의 485m봉이며 봉화대가 있던 곳이라고 한다.
산성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는데 마한시대 외침에 대비해 쌓은 것을 조선조 보수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발 아래 영암 읍내가 내려다보이고 건너편으로는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다.
그런 중에 불쑥 솟아오른 월출산이 더욱 돌올해 보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숨을 고르다가 발길을 옮긴다.
길은 아래쪽으로 나 있다.
아니 이렇게 내려다가 또 올라갈 때는 얼마나 힘이 들까나?
내려가는 길이 전혀 반갑지 않은 건 나뿐이 아닐 것이다.
조금 내려가니 이번에는 편안한 오솔길이 나온다.
다리는 편한데도 불구하고 마음 속으로는 불안하다.
그렇다고 긴장을 풀 수는 없지.
얼마 걷지 않아 길은 다시 암릉으로 이어진다.
멀리 보이는 천황봉을 향해 힘차게 발길을 옮긴다.
걷다 보니 보이는 평지.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이 되는데 암자였을까?
가는 길 옆으로는 꽤 큰 산벚꽃나무가 유난히 자주 눈에 띈다.
암릉이 발달한 곳에서는 주로 소나무가 살아 남는다.
산벚꽃나무가 바위 사이에서 살아남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난분분 하얀 꽃잎이 날리는 날을 머리 속에 그리면서 걷노라니 갑자기 분위기에 취하는 느낌이 든다.
낮은 키의 조릿대가 많은 곳에서는 다른 식물이 자리를 잡기가 어렵다.
월출산의 식생이 다양하지 않은 이유가 그런 것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본다.
헉헉대며 올라가자 시원스레 펼쳐진 암반이 나온다.
거기에 서 있는 둥근 바위 하나.
살짝 밀기만 해도 떨어질 것 같은데 양손으로 밀어도 꿈쩍 하지 않는다.
참으로 희한한지고.
여기 흔들바위가 하나 있구먼.
고상무님과 번갈아 바위를 밀며 힘을 쓰다가 그만 포기한다.
가야 할 길이 먼데 이렇게 힘을 쓰면 안 되겠지.
정말 눈길을 끄는 묘한 모양의 바위가 참으로 많다.
지루할 틈이 없네.
이번에는 고인돌 모양의 바위가 나타난다.
정말 고인돌이 맞을까?
두 개의 바위 위에 가로로 바위를 얹어 놓은 모양이 영락없는 고인돌이다.
이런 곳에 안내문이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 준비가 덜 되었나?
재미있게 생긴 바위에 이름을 공모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생쥐 모양 바위도 보이고,
남근석, 아니 대포알처럼 보이기도 하고,
우울한 표정을 한 사람의 얼굴 모양도 있고,
소나무 한 그루를 살리기 위해 힘을 모으는 듯한 바위도 있고...
이런바위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어디선가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
오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나지 못 해서 월출산은 오롯이 우리 차지라고 했더니만 바람결에 사람 소리가 들리네.
꽤 크게 들려서 여러 사람인가 싶었더니만 바위 위에서 바람을 쐬며 쉬던 두 사람이 내려온다.
이 코스를 여러 번 와본 것처럼 익숙해 보이는 모습이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지나간다.
고상무님과 번갈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걷다 보니 광암터에 도착했다.
산성대 들머리에서부터 3.5km 지점이다.
이제 고지가 바로 코 앞이니 제대로 쉬어 가기로 했다.
연비가 나쁜 나는 또 허기가 진다.
빵과 스프, 오렌지를 먹으며 한숨 돌린다.
그런데 빗방울이 떨어지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는 소리는 없었는데 바위가 많은 산에서 비를 만나면 낭패인걸.
하늘을 쳐다보니 그리 낮은 구름은 아니다.
지나가는 비였으면 좋겠는데...
다시 몸을 일으켠다.
천황봉 정상을 향해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다.
통천문 삼거리에서 이정표를 확인하고 바로 통천문으로 오른다.
말 그대로 하늘로 통하는 바위문이다.
통천문을 통과하면 바로 정상일 줄 알았는데 하늘에 닿는 길은 멀고 멀구나.
통천문을 지나고 계단길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야 천황봉에 도착한다.
오후 3시 40분 드디어 천황봉(해발 809m)에 도착했다.
발 아래 삐죽삐죽, 기기묘묘한 모양의 바위 능선들이 사방에 줄지어 늘어섰다.
정말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든다.
이건 또 뭐지?
다른 산에서는 본 적이 없는 비석이 하나 서 있다.
작은 비석에는 '月出山小祀址'라고 씌어 있다.
여기에서 무슨 제사를 지냈다는 말인 것 같은데 자세한 설명이 없어 알 수가 없다.
궁금하네.
고문님까지 오신 다음 정상 표지석 앞에서 고문님 스마트폰 셀카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다.
주변에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할 사람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야겠지.
월출산 정상에 오르자 나는 갑자기 '영암 아리랑'이 흥얼거려진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월출산에 달이 뜬다'
이렇게 노랫말이 시작되던가.
달이 뜬다 달이 뜬다
영암 고을에 둥근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 둥근 달이 뜬다
월출산 천왕봉에
보름달이 뜬다
아리랑 동동 쓰리랑 동동
에헤야 데헤야 어사와 데야
달 보는 아리랑 님 보는 아리랑
풍년이 온다 풍년이 온다
지화자자 좋구나
서호강 몽햇들에 풍년이 온다
아리랑 동동 쓰리랑 동동
에헤야 데헤야 어사와 데야
달 보는 아리랑 님 보는 아리랑
흥타령 부네 흥타령 부네
목화짐 지고 흥겹게 부네
용칠 도령 목화 짐은
장가 밑천이라네
아리랑 동동 쓰리랑 동동
에헤야 데헤야 어사와 데야
달 보는 아리랑 님 보는 아리랑
< 영암 아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