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산행기

경기 오악 중 하나인 감악산에 오르다 (3)

솔뫼들 2017. 3. 31.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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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1시 30분, 감악산 정상(해발 675m)에 도착했다.

널찍한 정상에는 무리지어 시산제를 지냈는지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있고 젯상도 준비되어 있다.

이 높이까지 준비물을 가지고 오느라 애를 많이 썼겠는걸.

대단한 정성이다.

 

 표지석 앞에는 사진을 찍느라 사람들이 모여 있다.

증명사진을 남겨야겠지.

우리도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얼른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그런데 표지석 바로 뒤에 감악산비가 서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았지만 글씨가 마모되어 하나도 알아볼 수가 없네.

바로 아래에 감악산비에 대해 설명해 놓은 안내판이 있다.

이 꼭대기에 비석이 서 있는 연유가 궁금해 꼼꼼히 읽어 본다.

위키백과의 내용에는 이렇다.

 

 

감악산비(紺岳山碑)는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객현리 산182, 감악산 정상에 있는 비석이다. 1986년 8월 17일 파주시향토유적 제8호로 지정되었다.

 

이 비석은 기단부, 비신, 개석을 갖춘 화강암 석비로 높이 170cm, 너비 70~79cm의 규모이다. 이 비는 글자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어 '몰자비(沒字碑)'라 부르기도 하고 '설인귀비'. '빗돌대왕비' 등으로 구전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이 비에 대한 실체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속전에 의한 기록만이 존재하고 있다.

 

1982년 동국대학교 감악산고비 조사단에서 2차례에 걸쳐 이 비를 조사한 결과 그 형태가 북한산진흥왕순수비와 흡사하고 적성지역이 전략적 요충지로서 진흥왕 대의 영토확장 정책에 따라 세력이 미쳤던 곳이라는 점을 들어 제5의 진흥왕순수비의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그 역시 결론을 낼만한 확실한 증거는 발견되지 못했다.

 

 

 정상을 둘러보니 6.25전쟁 당시 설마리 전투에 대한 안내문도 보인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먼 남의 나라에 와서 목숨을 잃은 영국 군인들에게 묵념이라도 올려야 할 것 같다.

새삼스럽게 이 지역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제 까치봉 방향으로 하산을 해야지.

내려가는 길이니 빠르겠지만 계곡이 아닌 능선으로 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도 그리 순한 길은 아니다.

누가 악산 아니랄까 봐서 끝까지 성격을 보여주는군.

 

 

 역시 바위와 소나무가 만들어내는 풍광에 감탄을 하면서 발길을 옮긴다.

이 길로 올라오는 것도 만만치 않겠다고 하니 고문님께서는 우리가 올라온 길도 힘들었다고 하신다.

그래도 우리가 올라온 추천코스가 가장 좋지 않을까?

 

 부지런히 발을 옮긴다.

쉬지 않고 걸었더니 고문님께서 볼멘소리를 하신다.

가다가 소나무에 기대어 쉴 만한 곳에서 잠깐 쉬기로 했다.

남은 과일도 먹고, 물도 마시고, 주변도 돌아보고...

오늘 날씨를 보면 봄이 왔나 느끼기도 전에 여름 같은 느낌이다.

 

 

 다시 몸을 일으켠다.

능선이니 아무래도 계곡길보다는 멀겠지.

그런데 고문님께서 너덜이 마음에 안 든다고 더 길게 도는 코스로 가자고 하신다.

평소에 길게 가는 길을 무척이나 싫어하셨는데 너덜길이 어지간히 마음에 안 드시는게지.

 

 한동안 편안한 길이 이어졌다.

휘파람이라도 불며 걷고 싶은 길이다.

이 길이 손마중길이라는 감악산 둘레길 중 한 코스와 연결이 되는 모양이다.

 

그렇게 마음을 놓고 걷다가 갈림길에서 앞사람을 따라 좀 희미한 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제대로 난 길이 아니었나 보다.

급경사에 흙먼지가 날리는 마사토여서 다리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제 속도대로 걷기도 힘들어 아래로 뛰다시피 하며 걸었다.

너덜길 피하다가 흙먼지를 뒤집어썼구만.

다 장단점이 있다니까.

 

 

 고꾸러질 듯이 걷다 보니 앞에 운계전망대가 보인다.

출렁다리에서 손톱만하게 보이던 곳이다.

앞으로 내처 가려니 전망대만 있고 길이 없다는 사람들의 말이 들린다.

그럼 여기에서 좌회전해서 범륜사를 향해 가야겠지.

 

 발 아래에는 운계폭포라는데 폭포인지 모를 정도로 실타래처럼 물이 졸졸 흐르고 沼에는 약간의 물만 고여 있다.

겨울에도 눈이 많이 안 오더니만 봄에도 비 구경이 힘드네.

그러니 공기가 깨끗할 수가 없겠지.

이런저런 날 가리면 산행이 어려우니 날씨를 가리지 않고 산에 다니는 편이지만 오늘도 종일 지저분한 공기 사이를 뚫고 다닌 셈이다.

 

 

 왼편으로 올라갈 때 보았던 범륜사를 힐끗 보고 바로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출렁다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다.

올 때와는 달리 빠르게 출렁다리를 건넌다.

 

 주차장에 도착했다.

온몸이 먼지에 뒤덮인 느낌이다.

잠시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고 한숨 돌린다.

고생한 다리를 풀어주며  짐을 정리하고는 차에 오른다.

도로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가능하면 빨리 출발하는게 낫겠지.

잠이 부족한데다 산행 후 지쳐서 실실 감기는 눈을 부릅뜨고 운전석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