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에 간다 (3)
퇴근시간이 되어 귀숙씨가 차를 몰고 왔다.
이제 영덕 터미널에서 고문님을 만나 저녁을 먹으러 가면 된다.
가는 길에 숙소에 짐을 풀고 두 대의 차에 나누어 탄다.
귀숙씨와 나는 영덕 터미널에서 고문님을 모시고 강구로 가고 세 분은 먼저 가시기로 했다.
고문님이 타신 버스는 예정보다 조금 늦었다.
강구 탐라식당으로 향한다.
친구의 소개로 벌써 두어 번 가본 영덕 맛집이다.
맑은 대구탕이 일품이었지.
미주구리라는 일본 이름으로 불리는 가자미회도 맛있었고.
여기에서 지리멸치라는 작은 생선 볶음도 처음 먹어 보았다.
보통 멸치와는 좀 색다른 맛이 자꾸 젓가락을 부른다.
나중에 사 가지고 가야겠다 생각을 한다.
저녁을 먹고 근처 하나로마트에서 필요한 걸 사서 숙소로 향한다.
신사장님과 지인은 오늘밤 지인이 살고 있는 영양으로 가기로 했단다.
대신 숙소에서 술을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다 떠나기로 했다.
귀숙씨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사택과 부모님이 살고 계신 곳에 다녀온다고 나갔고.
밤바다는 오가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모두 듣고 품어 줄까?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는 이야기들이 오가면서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우리는 땅에 발을 딛고 사는데 이상만으로는 살 수가 없지.
두 분이 떠나시고 귀숙씨가 합류한 후 오늘 강의 이야기로 화제가 바뀌었다.
고문님은 내내 유사장님께 미안해 하시고, 그런 의미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본인도 한번 강의를 하고 싶으시단다.
건축을 전공하고 해외 현장을 다닌 경험을 풀어내어 강의를 하고 싶으신 것 같다.
유사장님께서는 지급되는 강의료를 받는 것이 못내 불편하다고 하셔서 그러면 병곡중학교에 기부하는 것이 어떠시냐고 내가 제안을 했다.
그랬더니 큰 액수도 아닌데 현금 기부는 민망하다고 학생들 전원에게 책 선물이 어떤가 하셨다.
귀숙씨도 흔쾌히 좋다고 해서 기분좋게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이야기는 한없이 길어지는데 지난 밤 수면 부족으로 졸리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그만 자자고 말씀드렸다.
내일 일정도 만만치 않다.
오전 6시에는 일어나야 간단히 아침을 준비해 먹고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을 걷기 위해 출발할 수 있다.
내일 밤도 있으니 오늘은 그만 쉬자고요.
파도소리인지 바닷바람소리인지 창문을 흔드는 영덕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