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따칭에서 (3)
이제 호텔로 돌아간다.
호텔에 짐을 두고 조금 쉰 다음 김사장님을 만나 저녁을 먹으러 이동할 예정이다.
대부분 호텔에서는 냄새 때문에 두리안을 갖고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는데 여기는 괜찮단다.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가 어차피 차에는 냄새가 배었으니 저녁 후 김사장님 댁에서 두리안을 처분하기로 했다.
저녁을 먹으러 갈 시간이다.
호숫가 음식점에 도착해 사진을 찍으려니 여기는 한국보다 일찍 해가 지므로 호수에는 어둠이 들어찼다.
호수 안쪽 조명만 반짝이고 있다.
멋진 야경을 기대했는데 아쉽네.
저녁 메뉴는 샤브샤브라고 한다.
김사장님이 이끄는 대로 가니 호화스러운 음식점이다.
김사장님 회사 건물에 입점해 있는 음식점이고 회사 차원에서 손님 접대를 할 때 이용하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호텔도, 음식점도 이번에 우리는 완전히 그 회사 손님이 된 셈이다.
벌써 종업원들의 태도가 다르다.
정말 굉장한 접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그려.
그나저나 잘 먹고, 잘 놀기는 하는데 이렇게 진 신세는 어떻게 갚을꼬?
드디어 식사가 나오기 시작한다.
전채 요리부터 시작해 양고기, 소고기, 생선과 해산물에 채소까지 다 먹기 힘들 만큼 음식이 나온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던가.
꽃으로 장식을 하고 얼음가루를 쌓아 놓은 위에 살짝 얹어서 내오는 싱싱한 고기와 해산물은 입보다 눈이 먼저 호사를 한다.
먹기 아까울 정도이다.
차례로 나오는 음식을 먹으며 오늘 다녀온 습지와 양진희 기념관 이야기를 한다.
고문님이 석유를 시추하는 기계가 줄지어 있던데 수천 기는 되어 보인다고 하니 김사장님 말씀하시기를 현재 작동중인 것이 무려 60000기나 된단다.
정말 엄청한 숫자이다.
그러니 우리가 본 것은 새발의 피였군.
저녁을 먹고 바로 근처에 있는 김사장님댁으로 이동한다.
김사장님은 따칭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일을 하신다.
지금까지 5500세대를 지었고 앞으로 더 지을 예정이라고.
호수 주변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을 하시니 인기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발코니 창문을 열면 여의도만한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이라...
생각만 해도 설레이지 않는가.
김사장님댁은 초기에 미분양된 아파트라는데 6층에 복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방이 6개나 되니 이곳에서 묵는다는 생각을 했을 때 나는 냉큼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었지.
중국에서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실내 인테리어는 하지 않은 채 분양을 한단다.
입주자의 취향이 다르니 일견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경제적인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제대로 못 하고 그냥 살기도 하는 모양이다.
물이나 난방, 가스 등은 다 설비가 되어 있으니 사는데 큰 불편은 없으리라.
커다란 아파트에 세간살이가 별로 없으니 썰렁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
한국 텔레비전 방송을 틀어놓고 둘러앉았다.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역시나 중국 술을 꺼내 하루를 마무리하신다.
냄새나는 과일 두리안도 등장을 하고.
나는 다른데에는 호기심이 많은데 먹는 것에는 그다지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는다.
가리는 게 많은 거지.
종률씨도 냄새만으로 충분한지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베트남에 출장 가서 몇 달간이나 지내다 왔는데도 두리안을 못 먹느냐는 고문님 말씀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다만 자칭 'global face'라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다 현지인인 줄 안다는 말을 여러 번 한다.
내게는 종률씨가 마음 좋은 아저씨처럼 보이는데 양진희 기념관을 다녀와서 그런지 '철인 양진희'처럼 보이기도 하네.
사람이란 참 우습게도 양진희 기념관에서 따칭 시내로 오는 길에 서 있는 광고판 인물도 양진희로 보였지.
다녀온 효과 만점이다.
김사장님과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일단 짐을 다 정리한다.
내일 아침에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는 김사장님 회사 구경을 하고 호수를 한 바퀴 돈 다음 바로 공항으로 이동해야 한다.
따칭의 밤은 고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