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TMB 트레킹을 준비하면서
올해 어느 곳으로 떠날까 하다가 몇 년 전에 대만 설산 트레킹을 함께 했던 일행이
알프스 TMB와 3대 미봉 트레킹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갑자기 호기심이 일어서 그 친구가 보내준 자료를 찬찬히 보고는 들뜨기 시작했다.
그 친구들은 4명이 팀을 이뤄 무려 한 달 간이나 캠핑을 하면서 알프스를 돈 모양인데
나는 그런 체력이 안 되니 여행사에 의지해 짧게라도 다녀오고 싶었다.
그럴 즈음 전에 이용한 여행사에서 오는 광고성 이메일에 TMB 관련 내용이 있었다.
늘 함께 하는 고문님께 그런 정보를 말씀드리고 어떨까 여쭈어 보았다.
올해 칠순이 되신 고문님께 기념이 되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고문님께서 좋다고 하셔서 에베레스트와 차마고도 트레킹을 함께 했던 고지점장에게도 이야기해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는데
막판에 고지점장은 자당어른의 병세가 안 좋으셔서 안타깝게 포기했다.
여러 여행사를 비교하다가 고지점장이 알려준 신발끈 여행사에 일찌감치 예약을 했다.
정확하게 확인 절차를 문자로 알려주는 여행사가 믿음직스러워
앞으로 전개될 트레킹이 잘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
집안일로 두 달간 정신이 없었다.
TMB 예약을 해 놓고 자료를 찾아보거나 준비를 할 만큼 정신적 여유도 없었고,
체력 관리를 할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평소 내 체력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 동안 비록 아시아이기는 했지만 외국 트레킹을 많이 다녔으니 그 정도야 버틸 수 있겠지.
내 정신력도 믿어보는 거야.
심지어 어머니와 언니는 영양제라도 맞고 출발을 하라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라고 안심을 시키면서
스스로를 다독였다.
겨우 이틀쯤 남기고 준비물을 하나하나 메모지에 적었다.
여행사에서 보내준 자료를 꼼꼼하게 살피면서 어댑터같이 없는 건 구입하고, 장 속에 있던 건 꺼내고...
옷을 싸면서는 수없이 고민을 한다.
아무리 내가 지고 가는 건 아니라지만 여행에서 짐을 최소한으로 싸야 하는게 여행하는 내게는 불문율처럼 되어 있는데 넣었다 뺐다 다시 넣었다를 몇 번.
여름 옷은 금세 마르니 빨아서 입는다고 해도 추위에 대처할 옷은 준비하는게 당연하니 부피는 생각보다 커진다.
한 시간 가량 걸려 짐을 싸 놓고 나니 설레어서 그런지 잠이 안 오네.
잠은 내일 비행기에서 자도 된다고 하면서 한동안 주인을 못 만날 블로그 관리도 하고 새벽녘에 잠시 눕는다.
~~~~~~~~~~~~~~~~~~~~~~~~~~~~~~~~~~~~~~~~~~~~~~~~~~~~~~~~~~~~~~~~
오전 6시 잠에서 깨어 집안 정리를 하고 공항버스 타는 곳으로 나갔다.
일찍 나가는 바람에 타려던 버스보다 앞선 버스를 타게 되었다.
역시나 공항으로 가는 사람이 많고, 공항은 만원이다.
이번 TMB 트레킹을 위해 제네바로 가는 길에는 러시아 항공기인 에어로 프로트를 이용해 모스크바에서 갈아타고 간다.
유럽을 가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환승을 하는 이유는 당연히 경비 문제.
국적기를 이용해 제네바까지 직항하면 왕복에 무려 70만원이나 비싸다는 소리를 들었다.
적은 돈은 아니다.
그런데 러시아 항공기라고 하니 공연히 불안한 생각이 든다.
당연히 기우이겠지만.
에어로 프로트 항공기를 타러 가는 길도 낯설다.
지하로 내려가 열차를 이용해야 한다.
처음 접하는 것이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교류가 많지 않은 국가나 항공기 탑승은 아무래도 이렇게 거리가 멀고 떨어진 곳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는 모양이다.
결국 동선이 길어지는데 곳곳에 공사중인 것을 보건대 앞으로는 더 복잡해진다는 말 아닌가.
정말 지구촌 시대, 글로벌한 시대 맞는가 보다.
모스크바 공항도 무척이나 넓었다.
공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고 신속하게 업무처리가 안 된다.
비행기 승무원들도 별로 친절하지 않고 서비스가 한없이 느리더니만...
갇혀 있던 공기가 후텁지근하고 무빙워크가 없는, 미로 같은 길을 이러저리 돌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탑승 게이트를 찾아간다.
여기 국제공항 맞는 거야?
나도 모르게 최신식으로 신속하게 돌아가는 인천공항과 비교하고 있었다.
많은 나라들이 국제공항의 경쟁력에 신경을 쓰는데 반해 사회주의 국가라 그런지 모든게 정체된 느낌이다.
다시 비행기를 탄 후 식사 한 끼 하고 잠깐 잤나 싶은데 스위스 제네바 공항이다.
제네바는 스위스 수도가 아닌데도 공항이 꽤 크다.
국제 기구가 많고, 알프스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해서 그런가?
드디어 스위스에서 밴을 이용해 샤모니로 이동한다.
10여 년 전 관광을 왔던 기억을 떠올려 보지만 가물가물하다.
이번에는 제대로 즐기고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