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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이름 붙이기

솔뫼들 2024. 12. 1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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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룰루 밀라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었다.

그 책에서 저자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언급한 책이 바로 캐럴 계숙 윤이라는 사람이 쓴 '자연에 이름 붙이기'이다.

그러니 저절로 궁금해질 수밖에.

많은 사람이 나처럼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한국계 과학자이다.

부모님이 모두 과학자여서 자연스럽게 과학을 접했던 모양이다.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책 '자연에 이름 붙이기'.

사실 거의 모든 자연물에는 사람이 이름을 붙였다.

린나이우스 이래 생물에 이름 붙이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고나 할까.

 

 이 책에서 처음으로 민속분류학이라는 학문을 접했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뇌에 무얼 보고 느끼면 저절로 분류를 할 수 있는 어떤 부분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분류학 분야에서 자신이 뛰어나다고 여겼던 학자가 오지의 섬에 사는 원주민들이 자신과 비슷하게 생물을 분류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진화분류학, 수리분류학, 그리고 분자분류학, 분기학.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대학시절 배운 문학 비평이 생각났다.

구조주의 비평이 문학작품을 자잘하게 쪼개다 보니 전체를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저자가 힘주어 말하는 '움벨트'가 강력하게 다가온다.

독일어인 '움벨트'는 환경, 주변세계라는 뜻이다.

그러니 하나만 알고 그것이 속한 세계를 모르는 愚를 범하지는 말자는 이야기이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내가 익숙하지 않은 분야인 생물의 분류학을 다루었지만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전문적이면서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책을 쓰는 것도 재주이리라.

그런 면에서 저자에게 감사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