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땅에서
솔뫼들
2024. 12. 1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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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김용택
그대가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저무는 강으로 갑니다.
소리 없이 저물어가는
물 가까이 저물며
강물을 따라 걸으면
저물수록 그리움은 차올라
출렁거리며 강 깊은 데로 가
강 깊이 쌓이고
물은 빨리 흐릅니다.
그대여
더 저물 길이 막혀
내 가만히 숨 멈춰
두려움으로 섰을 때
문득 저물어 함께 떠나는
저기 저 물과 소리.
아, 오늘은 나도 몰래
어제보다 한 발짝 먼 데까지
저물어 섰는
나를 보겠네 땅을 보겠네
발밑 우리 땅을 보겠네.
알겠네 그대여
사랑은 이렇게 한 발짝씩 늘려
우리 땅을 얻는 기쁨이라고
사랑은 이렇게
저렇게 저녁노을 떠나가는
아름다운 하늘 아래
저 푸른 물결 와 닿는
우리 땅을 찾아
우리 땅에 들어서는
설레이는 가슴
이렇게 한없이 떨리는 기쁨이라고.
그대여
그대 어두워 발 다치는 저문 강길로
저물어 와 우리 같이 설 때까지
나는 끝없이 피 흘리며 우리 땅을 넓히고
그대는 물 같은 고른 사랑으로 와야 하리.
그대 가만히 불러 보면
이 땅 어느 끝에서나
그 보드라운 물결 같은 가슴으로
물결쳐오는
땅끝에서
다친 발 내려다보며
어둔 땅을 향해 피 흘리는
이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