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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피오르 트레킹 (10) - 오따 가는 길

솔뫼들 2024. 9. 1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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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에 올라 오따로 가는 길이다.

오따까지 거리가 217km나 된다고 하는데 보나마나 뱀같이 구불구불한 길일 것이다.

4시간이나 걸린다고 하네.

잠을 자는 것이 최선 아닐까 싶다.

 

 비몽사몽 하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버스가 서 있다.

여기에서 페리를 타고 이동을 한단다.

노르웨이에서는 이런 일이 많다고 한다.

노선버스도, 관광버스도 페리에 싣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다.

노르웨이 지형을 보면 이해가 된다.

 

 페리는 꽤 자주 다닌다.

우리가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막 페리가 떠났는데 금세 들어오는 페리가 보인다.

우리 옆에 대중교통 버스도 와서 대기하고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험을 하네.

인솔자 말이 페리를 타고 25분 가량 가는데 버스에서 내려 휴게실에서 간식을 먹을 수도 있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버스에 앉아서 페리에 올랐다.

모두들 우루루 버스에서 내린다.

노르웨이 대중교통 페리호는 어떤가 궁금하기도 하지.

 

페리호는 규모가 꽤 크다.

휴게실을 찾으니 간식거리를 판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친구는 초코 아이스바를 샀다.

나는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아 페리 내부 구경을 한다.

인솔자가 지나가는 통로 벽면에 구명조끼가 잔뜩 쌓여 있다.

그러니 여기가 배 안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군.

 

 

 다시 버스에 올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페리에서 내렸다.

버스가 가는 내내 오른편 바위산에서 엄청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에 눈이 커진다.

버스가 많이 흔들려 사진을 찍는 건 포기했지만 정말 장엄한 광경이다.

 

중간에 버스가 주유소 부근에 멈춰 섰다.

인솔자 말이 버스가 오따에 늦게 도착할 것이고, 호텔 바로 근처에 무얼 살데가 마땅치 않으니 오늘 저녁과 내일 점심용 음식을 준비하라고 한다.

오따 가는 길에 있는 가장 큰 마트라고 하면서.

 

 마트에 들어가 샌드위치와 사과, 요구르트를 사서 한아름 안고 나왔다.

그런데 카운터를 지키는 동남아 사람이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기는 네팔에서 왔단다.

친구가 한국에 가서 일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이며 반가워 한다.

같은 아시아 사람이라고 친근하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막 버스에 오르려고 하니 인솔자가 납작복숭아를 사서 들고 온다.

아! 여기에 납작복숭아가 있었구나.

다시 마트에 가기에는 시간이 없어 아쉬워 하니 인솔자가 나중에 주겠다고 한다.

지난 봄 스페인에서도 내내 찾았는데 철이 일러 안 나왔다고 했었다.

노르웨이 납작복숭아는 유럽 다른 지역에서 수입한 것이겠지.

 

 납작복숭아는 파리 올림픽 탁구대표팀 신유빈 선수 때문에 더 많이 알려졌다.

어머니가 해주신 주먹밥과 납작복숭아를 먹고 힘을 내었다고 말했던가.

여름에 유럽에 가면 납작복숭아를 먹으라고 여기저기 나오기는 하더라.

그런데 쉽지 않네.

 

 

 버스에서 흔들리며 경치 구경을 하다 보니 오따에 도착했다.

시장 보는 시간까지 더해  5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커다란 개천이 흐르는 옆에 자그마한 호텔이 서 있었다.

주차장에 대형버스가 못 들어간다고 해서 다들 캐리어를 끌고 배낭을 메고 호텔로 들어간다.

 

 오따에서는 사흘 연박을 한다.

복도 끝에 있는 방에 들어가니 방이 스타방에르 호텔보다 작다.

아담하다고 해야 하나?

두 사람이 캐리어를 펴 놓고 배낭을 놓고 나면 조심조심 피해 다녀야 한다.

여기가 시골이기는 하지만 좀 심하네.

 

 방에는 더블 침대가 아니고 싱글침대가 두 개 있는데 거의 붙어 있다.

공간이 좁으니 붙어 있을 수밖에 없겠지.

침대는 왜 그렇게 작은지 내 체격이 그리 크지도 않은데 자다가 굴러떨어질 것만 같다.

친구한테 농담으로 잠을 잘 때 나를 잘 붙잡아 달라고 했다.

아무래도 바닥이 나를 부르는 것 같다고.

 

 우리도 이런데 키가 크고 체격이 큰 서양 사람들은 이런 침대에서 어떻게 잠을 잘까?

노르웨이 집들이 일반적으로 커 보이지는 않더니만 그런 것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샌드위치로 저녁을 먹는다.

어제 점심에 이어 오늘 점심, 그리고 저녁까지 샌드위치로 식사를 하려니 음료수가 있어도 목이 메인다.

뜨끈한 국물이 그립구만.

다른 도시락보다는 샌드위치가 낫다던 친구도 계속 먹으니 질리는 모양이다.

그래도 먹어야 힘을 내어 여행을 이어가지.

뻣뻣한 빵을 입으로 욱여 넣는다.

 

 창 밖에서는 우렁찬 소리를 내며 계곡물이 흐른다.

자장가치고는 소리가 크겠네.

그래도 종일 시달린 몸을 따뜻한 물로 위로해주며 잠을 청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