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퍼펙트 데이즈'
참 잔잔한 영화이다.
반전을 일으키는 사건 하나 없이 주인공 히라야마(야쿠쇼 코지 분)는 아침에 일어나 자판기에서 음료 하나 사서 출근을 한다.
그의 일터는 공중화장실.
누가 보든 안 보든 구석구석 거꾸로 거울을 비춰 가면서까지 화장실 청소일에 철저하다.
올드 팝을 들으며 출근을 해서 화장실 청소를 하고, 샌드위치를 사서 공원에서 먹으며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로 비치는 하늘을 찍는다.
그리고는 퇴근해서 단골 선술집에 들러 술 한 잔을 하고 집에 와서는 헌책방에서 산 책을 읽는다.
영화를 보는 동안 시대적 배경이 70 ~ 80년대인 줄 알았다.
주인공은 그 정도로 아날로그적 삶을 산다고나 할까.
정말 단순하다.
하지만 고요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영화를 보면서 일본에 저런 화장실도 있구나 하고 감탄을 했다.
투명한 문으로 되어 있는데 사람이 들어가 문을 잠그면 불투명하게 바뀌어 안전을 보장해 주는 화장실.
영화에 나온 화장실이 다 개성이 있다 생각했더니 도쿄에서 화장실 디자인을 공모해서 선택된 작품들이라고 한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탄 유명 건축가의 작품을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한 것이다.
그런 화장실을 눈여겨 보는 맛도 쏠쏠했다.
영화가 끝나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화장실에서 나온 쪽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특별한 글씨가 씌어 있는 것도 아닌데 화장실 한 구석에 나온 쪽지에 주인공은 하나를 더해 그 자리에 꽂아둔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는데 처음 쪽지에 줄을 그어 놓았던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사람의 관심이 그리운 사람이 아니었을까 막연히 생각해 본다.
자기 쪽지에 반응이 있는 것이 몹시 반가운 사람.
고맙지 않았을까?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준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작은 일이지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30대에 한때 사는게 재미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누가 나 대신 내게 사는 재미를 가져다 줄 수 있는게 아닌데 투정을 부리고 싶었다고나 할까.
영화를 보면서 어떤 일이든 자신이 어떤 생각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했다.
배우 야쿠쇼 코지가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화장실 청소하는 방법을 청소부에게 배우는데 정말 꼼꼼하게 청소를 해서 청소부가 내일부터 출근할 수 없느냐는 이야기를 했다는 글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신으로 무슨 일이든 해야 스스로도 만족하고 행복하다는 것.
그가 유명한 배우가 된 이유이겠지.
작은 일에 행복하기.
어쩌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덕목 아닐까.
오늘 하루도 감사한 일을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