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

뮤지컬 '딜쿠샤'

솔뫼들 2024. 1. 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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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오랜만에 뮤지컬을 감상했다.

국립 정동극장의 창작 뮤지컬 '딜쿠샤'

 

'딜쿠샤'라는 말은 10년 전쯤 서울시민대학 답사를 따라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인왕산 자락 행촌동에 있는 무너져내리기 일보 직전의 집.

그 집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면서 귀를 기울이던 생각이 난다.

 

'딜쿠샤'는 힌두어로 '기쁨의 집'이라는 뜻이라고 하던가.

극에서는 '희망의 궁전'이라고 표현을 했다.

이 집을 지은 미국인 알버트 테일러와 영국인 메리 테일러는 일본에서 만나 결혼을 하고 인도로 신혼여행을 간다.

그 후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 살면서 인도에서 본 인상 깊은 집을 인왕산 자락에 짓고 '딜쿠샤'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알버트 테일러가 삼일운동을 세계에 알린 대가(?)로 추방당할 때까지 브루스 테일러를 낳고 그 집에 산다.

커다란 은행나무 옆 붉은 벽돌집 딜쿠샤.

집은 쇠락했지만 실제로 지금도 은행나무는 노란 은행잎을 떨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극은 딜쿠샤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자라 나이든 금자와 어릴 적 딜쿠샤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미국에서 딜쿠샤를 그리워하는 브루스 테일러를 이으면서 전개된다.

두 사람이 궁금해하는 것을 편지로 서로 물어보면서 추억을 공유하고 그리움을 달래면서.

 

 1923년 딜쿠샤가 지어졌다고 하니 딜쿠사는 일제강점기부터 고스란히 우리 현대사를 함께 하고 있다.

거기 살던 사람들을 통해 딜쿠사도 역동의 현대사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애틋하기도 하고, 때로는 슬프기도 하고, 때로는 웃음 짓기도 하고...

공연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사람이 나뿐은 아닌 것 같다.

여기저기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하은섬 배우의 천연덕스런  금자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노랫말이 가슴을 적시기도 하고.

 

 극장을 나오면서 딜쿠샤에 가 보고 싶다고 했다.

친구는 이 밤중에 딜쿠샤에 가고 싶냐고 묻는다.

조만간 딜쿠샤를 찾아가야겠다.

은행잎은 다 떨어졌겠지만 딜쿠샤는 전에 보았을 때와 다르게 느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