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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집 김씨 사람을 그리다
솔뫼들
2023. 4. 2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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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김병종 교수의 책을 손에 들었다.
그림과 글 두 분야에 재주가 뛰어나 부러워하곤 했던 김병종.
이번에는 사람을 들고 나왔네.
그림에 사람이 들어가 있겠지.
아니 사람만 그렸는지도 모르겠다.
제목이 재미있다.
'칠집 김씨 사람을 그리다'.
대학시절 정해 놓고 밥을 먹던 식당이 일용직들이 주로 가던 곳인데 거기에 자기도 그림을 그리는 걸 칠하는 것에 빗대어 '칠집'이라고 장부에 기재해 놓았다던가.
과히 틀린 말은 아니다.
붓을 들고 칠을 해야 그림이 그려지니까 말이다.
이 책에는 자신이 살아오는 동안 만난 사람들을 사연과 함께 그려 놓았다.
물론 초상화처럼 사실적인 그림이 아니라 자신이 느낀 대로 그린 것이기는 하지만.
그림을 보다가 아니면 사진을 볼 때 사람이 전혀 없는 작품을 보면 가끔 허전함을 느낄 때가 있다.
조선시대 그림에 아주 작게나마 사람을 한 모퉁이에 그려 넣은 것이 이해가 된다고나 할까.
주로 풍경을 간략하게 그린 작가가 그래서인지 사람에 주목했다.
추억을 더듬어가다 만난 사람들.
얼마나 정겨울까.
나도 덩달아 내 인생에서 만난 사람들을 머리 속에서나마 그려 보았다.
책을 보다 고개를 들어 잠깐씩이나마 이름을 불러주면서 그들을 기억하는 행복한 시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