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웅'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안중근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한 독립을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독립운동가 안중근.
오래도록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번에 영화로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주인공 안중근 역에는 뮤지컬에서 독보적으로 안중근을 연기한 정성화가 뽑혔고.
뮤지컬 영화라고 하니 어떤 느낌이 들까 좀 궁금하기도 했다.
사실 한동안 우리 역사를 다룬 영화를 찾아보지 않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을 다루고 있는데 속되게 '국뽕'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좀 진부하다는 생각도 했고.
학창시절 강제로 너무 자주 접한 반공 영화 때문에 6.25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멀리한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관심이 갔다.
몇 년 전 중국 하얼빈에 갔을 때 안중근 기념관을 방문하고 싶었다.
그런데 하필 그때 무슨 이유인가로 문을 닫았다.
우리의 영웅인데 평소에도 중국 당국에서 안중근 기념관에 입장하는 사람들을 삼엄하게 관리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거사가 하얼빈에서 있어서 거기에 안중근 기념관이 있겠지만 우리 영웅의 기념관이 중국 땅에 있으니 답답했다.
우리 마음대로 가서 보고 느낄 수 없으니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함게 간 후배는 몹시 안타까워 하면서 다음에 꼭 다시 한번 하얼빈에 가서 안중근 기념관을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아직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우리나라로 돌아오지 못 했다고 한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나도 이런데 안중근 의사의 유족들은 어떤 마음일까?
물론 유해보다 안중근 의사의 원대한 뜻이 더 중요하겠지만 광복된 나라에서 편히 잠드시도록 하는게 후손의 도리 아닐까 싶어진다.
영화를 보면서 많은 관객이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그래서 손수건을 미리 준비하라는 정보도 있었고.
평소에 눈물이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다른 관람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소리내지 않고 참 많이 울었다.
눈물이 별로 없는 친구도 눈물을 씨익 훔치기는 했다.
어느 부모의 마음인들 다르랴.
아들 안중근에게 목숨 구걸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으라고 하면서도 죽기 전에 한번 안아보고 싶다는 어머니(나문희 분)의 절규는 모든 사람들의 淚線을 건드리지 않았을까.
그리고 안중근은 그저 한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니라 조국을 도륙한 원흉을 제거한 것이다.
제국주의에 항거했으니 우리나라뿐 아니라 어쩌면 세계적인 영웅 아닐까.
일본에서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라 할 때 어이가 없어 웃음도 나오지 않았으니...
역사적 사실에 기초했지만 독립군 정보원 설희 역할은 허구인 것 같다.
명성황후의 궁녀로서 명성황후 최후의 순간을 목격하고 원수를 갚으려고 이토에게 접근한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당대 최고의 자리에 있던 이토가 설희가 조선인이라는 걸 모르고 가까이 했다는 사실이 좀 부자연스럽다.
작품의 재미를 위해서라지만 좀 억지스럽다고나 할까.
그래도 비교적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안중근 의사를 그려내었다는 점에서 우리 국민에게 다시금 나라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인적인 안락함에 젖어사는 시대에 안중근을 불러내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생각에 잠기게 한 감동적인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