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밝은 낙엽

솔뫼들 2022. 10. 3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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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은 낙엽

(황동규 시인의 최근 시를 보며)

                                           정희성

 

가파를 것도 없는 산길 오르다가

돌부리에 걸려 내 몸 패대기쳤습니다

단풍잎 손바닥에서 피가 흘렀지만

넘어진 김에 한참 주저앉아 있었지요

때 이르게 물든 나뭇잎 하나

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병이 들어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이

淚腺(누선)을 건드리며 떨어져내립니다

언젠가 나도 삶을 송두리째

패대기쳐야 할 날이 오겠지요

그 날을 위해 저 나뭇잎의 조용한

착지법을 익히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자면 욕망으로 가득 찬 육신과 영혼의

무게를 한참은 더 덜어내야 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