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밝은 낙엽

솔뫼들 2022. 10. 2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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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은 낙엽

                                     황동규

 

그래, 젊음 뒤로 늙음이 오지 않고

밝은 낙엽들이 왔다.

샤워하고 욕조를 나오다

몸의 동체(胴體)를 일순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숨 한번 크게 쉬었다. 늙음을 제대로 맞으려면

제대로 착지법(着地法)을 익혔어야.

 

 그래, 기(氣)부터 채우자!

바람 기차게 부는 날

용의 등뼈 능선 사자산을 찾아 나선 길

긴 굽이 하나 돌자 엷은 반달 하나 하늘에 박혀 있고

나무들이 빨강 노랑 갈색 깃들을 날리는 마른 개울가엔

누군가 돌부처로 새기려드는 걸 온몸으로 막은 듯

목과 허리에 깊은 상처 받은 바위 하나 서서

품으로 날아드는 색깔들을 밝은 흐름으로 만들고 있다.

어떤 나무의 분신이면 어떤가,

착지, 착지, 땅이 재촉하는데?

밝음 하나를 공중에서 낚아챈다. 바람결에 놓친다.

착지, 착지, 땅이 재촉하는데

밝은 몸 한 장

땅 어느 구석에 슬며시 내려앉지 않고

뒤집혔다 바로잡혔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