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산산조각

솔뫼들 2022. 5. 8.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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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순각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 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