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얼음 방정식
솔뫼들
2022. 2. 6. 23:48
728x90
얼음 방정식
서정임
떠나기 전 붙잡았으면 좋았을걸,
머리가 떨어져나간 몸통만 남은 눈사람을 붙잡고 있는 강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물과 물이라는 한 유전자를 가진 자들은 더는 가까워질 수 없어 때로 멀어지기도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허상만 남아 있는 눈사람을 놓지 못하는 강의 낯빛이 하얘진다
쉽게 풀리지 않는 마음을 풀어야 할
저 극과 극의 방정식
강가에는 한 몸에서 자라 제각기 뻗어나간 가지들을 껴안고 있는 벚나무가 한 잎 입 없는 입으로 바라보며 서 있고
저 멀리 마주 오던 말티즈 두 마리가 서로를 향해 날카롭게 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