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이런 자식 사랑

솔뫼들 2022. 1. 21.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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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실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려 모두들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한 상황이라 안부를 묻는 것이 일상화된 느낌이다.

게다가 추가접종 후유증은 없는지도 염려가 되고 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언니가 손주를 본 이야기로 넘어갔다.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얻은 쌍둥이라 언니네 부부 관심은 엄청나다.

코로나 시국이라 손주가 태어나도 쉽사리 볼 수 없다는 말에 수술로 세상을 구경을 한 손주가 신생아실로 옮기는 과정에서라도 잠깐 얼굴을 보겠다고 대학병원 수술실 앞에서 대기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오빠한테서 전화가 왔다고.

둘째 결혼 소식 있느냐는 이야기를 뜬금없이 물어보기에 짝이 없는데 무슨 결혼이냐고 하면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다가 손주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사실 지난 밤 꿈에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나오셨단다.

어머니께서 시루 두 개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떡을 잔뜩 해 놓고 기분좋게 웃고 계셨다나.

그 꿈을 꾸고는 무슨 일인가 싶어 조카 결혼 소식이 있나 물어보려고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언니는 바로 그날이 손주 태어나는 날이라고 하면서 외증조할머니가 시루떡을 잔뜩 해 놓으신 걸 보니 두 녀석 먹을 복이 많은 모양이라고 했다고 한다.

 

 작년 봄에 돌아가신 어머니는 정말 자식밖에 모르는 분이셨다.

다른 부모들도 대개 비슷하겠지만 아버지를 일찍 여윈 자식들이 아버지의 빈 자리를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지난한 노력을 기울이셨다.

돌아가실 때까지 오직 자식 걱정만 하신 분이시니 돌아가시고 난 후에도 자식 생각을 해 선몽을 하신 모양이다.

 

 작년 49재가 지난 후 언니 꿈에 어머니께서 나타나셔서 연분홍 한복을 입고 춤을 추시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좋은데 가신 모양이라면서 왜 내 꿈에는 나타나지 않으시냐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었지.

그래도 누구의 꿈이든 다 좋은 모습으로 나타나시는 어머니께 감사한 마음이다.

조상님 제사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던 어머니께서 늘 너희가 잘 되는 것은 모두 조상님들이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하시더니만 당신께서 돌아가신 후에도 자식 걱정을 하고 계신가 보다.

잘 살고 있으니 흐뭇하게 내려다보시라고, 그리고 가끔은 내 꿈에도 나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정말 사랑했던 어머니, 존경했던 어머니를 가슴에 품고 오늘도 하루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