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

영화 '행복의 속도'

솔뫼들 2022. 1. 6.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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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행복의 속도'이다.

행복에도 속도가 있을까?

있다면 어떤 속도일까?

제목만 보고 든 생각이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 감독 박혁지가 일본 오제국립공원 봇카들의 생활을 찍은 다큐 영화이다.

해발 1500m 천상의 화원이라 부르는 오제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영화는 펼쳐진다.

선진국 일본에 오제 산장에 짐을 져 나르는 봇카(步荷)가 있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설악산에 물건을 져 나르는 짐꾼이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산장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짐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청년봇카대.

오제에서만 활동하는데 총 6명이 있다고 한다.

무려 70~100kg 되는 짐을 지고 날라야 하니 나이가 들면 하기 어려운 직업이다.

그런데 거기 나오는 주인공들은 일년 내내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 11월부터 4월까지는 출입이 통제된다. 

- 무척이나 힘든 일임에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오제의 자연과 하나가 된다.

자연을 좋아하고 움직이는 걸 좋아해야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봇카의 말이 기억난다.

그래, 자신의 속도로 천천히 가면 되는 것이겠지.

인생의 무게, 짐을 어깨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고 천천히...

 

 봇카가 아들을 데리고 가 산장에서 하루 자면서 자신의 일을 알려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아버지가 힘들게 짐지는 걸 아는 아들은 어리지만 허투로 인생을 살지 않을 것 같다.

아주 무겁지는 않겠지만 아버지와 자신의 배낭을 함께 짊어진 어린 아이의 모습이 기억난다.

자신의 몸만한 배낭을 메고 걸으며 아버지에게 괜찮다고, 더 갈 수 있다고 한다.

그게 아버지가 아이에게 하는 교육이 아닐까.

 

 한참 전부터 오제에 가고 싶었다.

6월이면 들꽃으로 가득한 오제를 걷고 싶었다.

아직 일본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없으니 꿈만 꾸고 있지만 먼 곳도 아니고, 그리 힘든 트레킹도 아니니 꿈을 꾸다가 갈 수 있는 날도 오겠지.

날씨가 좋으니 천천히 걸으며 즐기라는, 영화에 나온 봇카의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오제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가자.

행복은 그런 속도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