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의 속도'
제목이 '행복의 속도'이다.
행복에도 속도가 있을까?
있다면 어떤 속도일까?
제목만 보고 든 생각이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 감독 박혁지가 일본 오제국립공원 봇카들의 생활을 찍은 다큐 영화이다.
해발 1500m 천상의 화원이라 부르는 오제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영화는 펼쳐진다.
선진국 일본에 오제 산장에 짐을 져 나르는 봇카(步荷)가 있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설악산에 물건을 져 나르는 짐꾼이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산장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짐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청년봇카대.
오제에서만 활동하는데 총 6명이 있다고 한다.
무려 70~100kg 되는 짐을 지고 날라야 하니 나이가 들면 하기 어려운 직업이다.
그런데 거기 나오는 주인공들은 일년 내내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 11월부터 4월까지는 출입이 통제된다.
- 무척이나 힘든 일임에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오제의 자연과 하나가 된다.
자연을 좋아하고 움직이는 걸 좋아해야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봇카의 말이 기억난다.
그래, 자신의 속도로 천천히 가면 되는 것이겠지.
인생의 무게, 짐을 어깨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고 천천히...
봇카가 아들을 데리고 가 산장에서 하루 자면서 자신의 일을 알려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아버지가 힘들게 짐지는 걸 아는 아들은 어리지만 허투로 인생을 살지 않을 것 같다.
아주 무겁지는 않겠지만 아버지와 자신의 배낭을 함께 짊어진 어린 아이의 모습이 기억난다.
자신의 몸만한 배낭을 메고 걸으며 아버지에게 괜찮다고, 더 갈 수 있다고 한다.
그게 아버지가 아이에게 하는 교육이 아닐까.
한참 전부터 오제에 가고 싶었다.
6월이면 들꽃으로 가득한 오제를 걷고 싶었다.
아직 일본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없으니 꿈만 꾸고 있지만 먼 곳도 아니고, 그리 힘든 트레킹도 아니니 꿈을 꾸다가 갈 수 있는 날도 오겠지.
날씨가 좋으니 천천히 걸으며 즐기라는, 영화에 나온 봇카의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오제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가자.
행복은 그런 속도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