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멸치똥

솔뫼들 2021. 10. 24.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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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치똥

                   복효근

 

이라 부르지 말자

그 넓은 바다에서

집채만한 고래와 상어와

때깔도 좋은 열대어들 사이에서

주눅들어 이리저리 눈치보며

똥 빠지게 피해 다녔으니 똥인들 남아 있겠느냐

게다가 그물에 걸리어 세상 버릴 적에 똥마저 버렸을 터이니

못처럼 짧게 야윈 몸속에

박힌 이것을 똥이라 하지 말자

바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늘 잡아먹은 적 없이 잡아먹혀서

어느 목숨에 빚진 적도 없으니

똥이라 해서 구리겠느냐

국물 우려낼 땐 이것을 발라내지도 않고

통째로 물에 넣으면서

멸치도 생선이냐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적마다 까맣게 타들어갔을

목숨 가진 것의 배알이다

배알도 없는 놈이라면

그 똥이라고 부르는 그것을 들어낸 자리

길고 가느다란 한 줄기 뼈가 있겠느냐

밸도 없이 배알도 없이 속도 창시도 없이

똥만 그득한 세상을 향하여

그래도 멸치는 뼈대 있는 집안이라고

등뼈 곧추세우며

누누천년 지켜온 배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