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뒷굽

솔뫼들 2021. 11. 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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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굽

                       허형만

 

구두 뒷굽이 닳아 그믐달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수선집 주인이 뒷굽을  뜯어내며

참 오래도 신으셨네요 하는 말이

참 오래도 사시네요 하는 말로 들렸다가

참 오래도 기울어지셨네요 하는

말로 바뀌어 들렸다

수선집 주인이 좌빨이네요 할까봐 겁났고

우빨이네요 할까봐 더 겁났다

구두 뒷굽을 새로 갈 때마다 나는

돌고 도는 지구의 모퉁이만 밟고

살아가는게 아닌지 순수의 영혼이

한쪽으로만 쏠리고 있는 건 아닌지

한사코 한쪽으로만 비스듬히

닳아 기울어가는

그 이유가 그지없이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