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
작년 말과 올 초 우리나라 사람들 氣를 살려준 영화가 있으니 바로 '미나리'이다.
물론 제작을 우리나라에서 한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자본이 들어간 작품도 아니지만 대부분 한국말로 미국에 이민간 한국 가정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80년대가 배경이니 지금처럼 우리나라가 잘 살 때가 아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
'미나리'는 바로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식물로 '생명력', '강인함'을 상징한다고 한다.
미국 땅에서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지만 자신의 농장을 꿈꾸는 젊은 이민자 부부가
뿌리내리고 살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는 재미없는 경우가 많은데 '미나리'는 잔잔하면서도 가슴을 울리고 중간중간 피식 웃게 만들기도 한다.
그게 감독의 역량이고 배우의 힘이겠지.
'미나리'에는 한국계 감독과 한국계 배우, 거기에 한국 배우들이 등장한다.
특히 딸을 도와주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친정엄마 순자역의 배우 '윤여정'이 갈채를 받고 있다.
못 배웠지만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우리네 어머니 역할이다.
딸에게 주기 위해 갖가지 곡식과 씨앗을 '바리바리' 싸 갖고 미국으로 건너와 외손주를 돌보는 여인.
그에게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운다.
"그냥 둬. 보이는게 안 보이는 것보다 나은 거야. 숨어 있는 게 더 위험한 거란다."
뱀을 보고 놀라는 손자 데이빗에게 할머니 순자가 하는 말이다.
배운 것 없지만 지혜가 오롯이 담겨진 대사이다.
심장병이 있던 손자 데이빗은 할머니와 지내다가 검사를 한 결과 상태가 아주 좋아졌다.
반대로 외할머니 순자는 뇌줄중에 걸려 고생을 한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다음 세대에게 생명을 넘겨주고 자신이 아픈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와 발전이라고나 할까.
이 영화는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받았다.
특히 배우 윤여정은 그 존재감이 돋보인다.
'미나리'가 아카데미상 6개 후보로 선정되었는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천연덕스러운 한국 할머니 역할을 기가 막히게 소화했다고나 할까.
'할머니'가 외국인들에게 그대로 하나의 단어로 인식된다는 기사를 보고는 한국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낀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