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늙음에게

솔뫼들 2021. 1. 10.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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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음에게
                            이대흠

      눈이 먼 것이 아니라
      눈이 가려 봅니다

      귀가 먼 것이 아니라
      귀도 제 생각이 있어서
      제가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다 내 것이라 여겼던 손발인데
      손은 손대로 하고 싶은 것 하게 하고
      발도 제 뜻대로 하라고 그냥 둡니다

      내 맘대로 이리저리 부리면
      말을 듣지 않습니다

      눈이 보여준 것만 보고
      귀가 들려준 것만 듣고 삽니다

      다만 꽃이 지는 소리를
      눈으로 듣습니다

      눈으로 듣고 귀로 보고
      손으로는 마음을 만집니다

      발은 또 천리 밖을 다녀와 
      걸음이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