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경제사
언젠가 역사학자인 친구가 문화사를 읽으면 참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보다는 독서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친구이고 기억력이 뛰어나다는 걸 인정하는지라 그 친구의 말이 가끔 생각난다.
그리고 어떤 책을 읽을까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참고를 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신문기자 출신인데 언젠가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아졌단다.
그래서 뒤늦게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났다고.
나는 우연히 저자가 지은 '독학 파스타'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가 이 책까지 손을 뻗치게 되었다.
그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겠지.
쌀, 밀, 옥수수, 멸치젓, 맥주, 청어, 설탕과 후추, 소고기, 코카콜라.
그가 언급한 음식 또는 식재료들이다.
사실 설탕과 후추, 밀에 관련된 이야기는 여저기기에서 많이 접했다.
어떤 문화이든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되어 있는데 한때 향신료로 각광받던 것이 후추 아니었던가.
그런데 작가 나름의 판단이겠지만 청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건 처음 알게 되었다.
북유럽에서 청어는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종교적인 행사로 육식을 못 하게 되었을 때도 염장 청어가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청어를 염장하기 위해 巖鹽이 필요했고 그렇게 발달한 경제가 무역과 금융까지 발전시키게 되었다고 하니 가히 경제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한 말은 아니었겠구나 싶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달라진다고 한다.
아무래도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폭력적이라는 말도 있다.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오염문제가 심각해지는데다 동물 복지 문제까지 사람들의 관심 영역이 되자 이제 가능하면 채식, 아니면 채식에 가까운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나물과 해조류가 많은 우리나라 음식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고.
참으로 긍정적인 신호이다.
다른 생명체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우리 몸에 필요한 음식을 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겠지.
우리나라 음식이 세계인의 식탁에 올라 언젠가 음식史를 장식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