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번리의 앤
이 책은 '빨강머리 앤'의 다음 편이다.
사춘기 소녀처럼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선뜻 책을 샀다.
'에이번리의 앤'.
앤은 학교를 졸업하고 교사 생활을 한다.
바로 자기가 컸던 에이번리에서.
다른 곳에서 교사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자신을 키워 주신 아버지 같은 매슈 아저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마릴라 아주머니 혼자 지내게 할 수 없다고 에이번리로 돌아온 것이다.
물론 에이번리에서 교직 생활을 하려던 길버트가 선뜻 양보해서 가능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앤은 자신의 학교 생활을 떠올리며 비교적 순탄하게 아이들과 지낸다.
그래도 아직 어른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
여전히 모험심이 많아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사람들과 따뜻한 교류를 한다.
참 정감이 가는 인물이다.
특히 자신의 제자인 폴 어빙의 아버지와 옛사랑인 라벤더와의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어 서로 결혼하게 만드는 장면은 보는 사람도 흐뭇하게 만든다.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
스티븐 어빙과 라벤더가 열렬히 사랑하다가 어떤 오해로 인해서 싸우고 헤어졌단다.
세월이 흘러 스티븐 어빙은 다른 사람과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으나 부인이 일찍 세상을 더 하나 있는 아들 폴을 어머니께 맡기고 혼자 산다.
그런 상황에서 스티븐 어빙은 옛사랑이 아직 미혼이라는 소식에 다시금 만남을 시도하고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이 오지랖 넓은 앤이 있음으로써 가능한 일 아닌가.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절친인 다이애나는 약혼을 하는데 앤 자신은 길버트에게 마음을 표현조차 못 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과 아주 비슷하다.
좌충우돌 하는 성격이어도 무언가 잘 맞어떨어지지 않으니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이 책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은 마릴라 아주머니의 먼 친척이 죽어서 그 집의 어린 쌍둥이를 본의 아니게 키우게 된 것이다.
데이비와 도라.
이란성 쌍둥이인 둘은 성격이 아주 다르다.
데이비는 앤보다 더 호기심도 많고 엉뚱해서 수시로 일을 저지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반면 도라는 집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의 말 그대로 모범생.
앤은 마릴라와 그 둘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처음 초록지붕집에 왔을 때를 떠올리게 된다.
당연히 애틋하고 손길이 더 갈 수밖에 없겠지.
나도 책을 읽으며 데이비가 일을 저지를 때마다 저절로 웃음이 터졌다.
실제 그런 일이 반복되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순식간에 책장을 넘기며 앤의 세계에 함께 빠져들었다.
순수한 그 마음이 내게도 전해져 읽는 동안 소녀가 된 기분이었다.
가끔 이런 시간도 필요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