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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에서 온 편지

솔뫼들 2020. 7. 1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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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길도를 가고 싶었습니다.

재작년 봄 청산도를 다녀온 후 다음에 갈 섬은 보길도라고 마음 속에 점을 찍고 있었지요.

보길도를 안 가본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단체 관광버스로 이동하는 바람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윤선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는 하지만 고산 윤선도의 발길을 따라 가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가 보고 싶은 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는 바람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런 와중에 시인 강제윤이 쓴 '보길도에서 온 편지'를 손에 들었습니다.

가볍게 쓴 산문인데 작가가 시인이다 보니 시인지 수필인지 경계가 모호합니다.

그래도 물질문명에 찌든 세상을 향한 비판적인 시각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어느 날 작가는 도시 생활을 뒤로 하고 고향 보길도로 향합니다.

고향 보길도가 작가가 떠날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는 쉽지 않겠지요.

오두막 같은 집을 손수 짓고 민박을 하고 찻집을 경영하면서 보길도에서 지내지요.

거의 자급자족 같은 삶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라면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의 민박과 찻집 洞天茶廬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찾아 보았지요.

그는 이미 그곳을 떠났더군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곳으로 그의 발자국을 따라 걷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물론 이 책을 들고 가면 보길도가 그리 큰 섬이 아니니 가능하겠지요.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어슬렁어슬렁 걷는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는 편리함을 좇는 세태에 분노하고 항거합니다.

물질문명이 우리를 어디까지 데려갈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되는 대목입니다.

 

 전에 슬로우시티로 지정된 증도에 갔다가 실망한 기억이 납니다.

증도에 다리가 놓이자 우후죽순 늘어난 숙박업소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군요.

그곳이 과연 슬로우시티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곳 주민들도 편리하게 오가야 한다는 논리에 반박할 수는 없지만 과연 그 많은 숙박업소들이 주민들 생활에 도움이 되었을까요?

외지인들이 돈을 들고 들어와 지은 것도 다수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를 위한 개발이고 편리일지 생각합니다.

 

 아무튼 마음 속에서 가고 싶은 섬으로 보길도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섬이 섬인 것은 그나마 육지와 연결이 되지 않았을 때이겠지요.

그래서 부지런히 섬 여행을 다니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 도와주지 않는데 마음만 바쁜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