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뮤지엄 산'을 다녀와서 (2)
안도 타다오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건축가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권투선수로 활약을 했다지요.
그러다가 스스로 한계를 깨닫고 무엇을 할까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멋진 건축물에 매력을 느끼게 되고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다지요.
프랑스의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을 보고 감탄해 한번 만나기를 원했는데 그가 프랑스로 갔을 때는 아쉽게도 르 코르뷔지에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고 합니다.
안도 타다오는 주변 자연과 어울리는 건축을 지향합니다.
물과 빛, 바람을 잘 이용하는 건축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규 교육을 받은 기성 건축가들의 텃세에 밀렸다고 합니다.
일본도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가 봅니다.
차츰 작품으로 인정을 받은 안도 타다오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음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거장으로 인정을 받게 되지요.
오사카에 있는 '빛의 교회'는 건축물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두세 달씩 예약이 밀려 있다고 합니다.
십자 모양으로 뚫은 곳에 빛이 들어오게 설계된 작품이지요.
제주도에 있는 본태박물관과 유민미술관, 글라스하우스가 안도 타다오의 작품입니다.
제주도의 자연과 어울려 빛을 발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다음에 제주도에 가면 안도 타다오의 작품과 재일 한국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을 하나하나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안도 타다오는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의 친필 편지를 받고 현지에 와본 다음 설계를 수락했다고 합니다.
건물이 완성되기까지 무려 8년이 걸렸다고 하지요.
'뮤지엄 산'은 모름지기 거장에 대한 신뢰와 기다림의 미학이 완성한 작품 아닌가 싶네요.
작년 안도 타다오에 관한 다큐 영화를 보고 난 후 '뮤지엄 산'을 꼭 가 보아야겠다 싶었는데 지금에야 방문하게 되었군요.
'뮤지엄 산'은 외벽은 돌로, 안쪽은 노출콘크리트로 되어 있습니다.
노출콘크리트는 안도 타다오 작품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이지요.
외벽의 돌은 파주에서 가져다 썼다고 합니다.
파주에서 돌을 갖다가 얇게 쪼개 하나하나 붙이는 과정에 얼마나 정성이 들어갔을까 싶어집니다.
외벽을 돌로 하자는 의견은 국내 전문가에게서 나왔다고 하네요.
다른 사람의 좋은 의견을 받아들이는 유연한 자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외벽 모두 노출콘크리트로 처리한 것보다는 한결 멋스럽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에 비친 건축물을 보면서 해설을 듣는 시간이 특별한 느낌을 줍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자코메티 작품이 우리를 맞아 줍니다.
사람의 형상을 길게 표현하는 스위스 출신 조각가이지요.
이 작품은 긴 기둥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더욱 길게 느껴집니다.
미로 같은 길을 따라 해설을 들으며 걷습니다.
무슨 풀이 있군요.
전에 이곳에 종이박물관이 있었답니다.
한솔제지가 한솔그룹의 대표적인 기업이니 종이가 중요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파피루스를 심어 놓았답니다.
파피루스는 이집트에서 주로 자라는데 종이의 재료로 쓰였다지요.
파피루스가 이렇게 생긴 줄 처음 알았습니다.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교묘하게 빛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복도 옆 가운데 부분에서 빛이 들어오고 있는 곳도 있네요.
빛에 따라 작품이 달라 보이기도 하지요.
백남준의 작품도 그렇습니다.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이 작품을 돋보이게 합니다.
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본 '다다익선'과 비슷하게 생긴 작품으로 역시나 브라운관 TV를 이용한 작품이네요.
걷다가 멈춰 서서 밖을 내다 봅니다.
녹음이 우거진 산을 배경으로 층을 이룬 물이 흘러내리고, 그 옆 파라솔 아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군요.
저도 슬그머니 거기에 끼고 싶어집니다.
어떻게 찍어도 인생 사진이 나올 것 같지 않은가요?
야외 테라스의 분위기에 빠져 있는데 여기에서 배우 공유가 커피 광고를 찍었다고 하는 말이 들리네요.
신발을 벗고 야트막한 물에 들어갔다는데 저도 동심으로 돌아가 그렇게 하고 싶어지는 걸요.
물가에는 흰빛의 산딸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싱그러운 향기가 금방이라도 코를 간질일 것 같습니다.
청순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요.
이 분위기에 나무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바퀴 돌다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스톤 가든이 보입니다.
역시나 파주석으로 경주 고분을 본따서 만들었답니다.
여러 개의 스톤마운드가 내려다보이네요.
한반도의 각 지역을 상징한다고 하는군요.
각 道의 크기에 따라 스톤마운드 크기가 달라진다고 하니 건축가가 생각을 깊이 했구나 싶습니다.
제가 사는 경기도는 어디 있을까 나중에 찾아보아야겠네요.
해설이 끝나고 좀 서둘러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나갔다 올 수가 없으니 결국 테라스 카페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합니다.
샌드위치와 케잌 몇 가지밖에 없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샌드위치와 마실거리를 주문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군요.
맛이 좋다고 하더라도 다음에 또 여기를 이용할까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