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녹색

솔뫼들 2020. 7. 1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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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

                            이영광

 

녹색은 핏방울처럼 돋아난다.

온 세상이 상처이다.

 

먼 들판에 시내에 눈 녹는 숲에

연록의 피가 흐른다.

 

당신 가슴이 당신을 찢고 나오려 하듯이

당신이 항거를 그치고

한 덩이 심장이 되고 말듯이

 

녹색은 온 세상을 제 굳건한 자리에서

터질 듯 나타나게 한다.

온 세상이 다시 온 세상을 정신없이

찾아내게 한다.

 

녹색은 녹색이 죽은 땅을 지나 여기 왔고

폭설의 계엄령을 뚫고 여기 왔고

녹색이 죽은 땅을 선 채로 해방시키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어디에도 없지만

당신의 아픈 대지를 흐르는 건

모두 새로 난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