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녹색
솔뫼들
2020. 7. 12. 23:33
728x90
녹색
이영광
녹색은 핏방울처럼 돋아난다.
온 세상이 상처이다.
먼 들판에 시내에 눈 녹는 숲에
연록의 피가 흐른다.
당신 가슴이 당신을 찢고 나오려 하듯이
당신이 항거를 그치고
한 덩이 심장이 되고 말듯이
녹색은 온 세상을 제 굳건한 자리에서
터질 듯 나타나게 한다.
온 세상이 다시 온 세상을 정신없이
찾아내게 한다.
녹색은 녹색이 죽은 땅을 지나 여기 왔고
폭설의 계엄령을 뚫고 여기 왔고
녹색이 죽은 땅을 선 채로 해방시키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어디에도 없지만
당신의 아픈 대지를 흐르는 건
모두 새로 난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