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낮은 목소리로
솔뫼들
2021. 12. 1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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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목소리로
박정만
산정에 올라오면 먼저 머물 자리를 마련한다. 금년의 나는 지난 해의 내가
아니므로 자리도 새 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번에는 억새밭에 자릴 잡았다.
먼 산정에는 어느 덧 억새꽃이 무성하다. 간단히 저녁을 때우고 나서 해 지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아득한 산 너머로 해는 지고 장엄한 어둠이 살에 스미는
것을 느낀다. 삽시간에 별들이 돋았다. 사람의 눈매가 그렇듯이 어떤 별은
글썽글썽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이러한 별밤엔 혼자서 무엇을 하나. 나는 나직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낮은 목소리로 더욱 낮게 풀뿌리까지 닿도록 목청껏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