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2
김혈조 교수가 옮긴 열하일기는 총 3권으로 되어 있다.
평생 열하일기를 연구하는데 바친 노력이 응축되어 있는 책이라 믿고 선택했다.
정말 처음부터 꼼꼼하게 읽어야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책을 읽다 보면 박지원의 비판적인 시각이 곳곳에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말[馬]이 부실한 이유가 익힌 음식을 먹여서 그렇다고 하는데는 귀를 기울이게 된다.
말이 부실하니 전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文弱한 나라 조선의 모습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박지원이 평생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목초가 많은 연암협에 사는 이유가 목축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종자 개량을 하지 않고 제주에서 키운 물이 조랑말 아닌가.
그런 말로 중국 대륙을 달리던 말을 어떻게 대적할 것인가.
대저 음악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까닭은 빠르되 호들갑을 떨지 않고, 드러내되 노골적이지 않으며, 심오하되 어둡지 않으며, 부드러우면서도 능히 의연할 수 있고, 곧으면서도 능히 완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깊이 생각하고 상상하게 만들기도 하고, 마음속에서 감격스러움이 배어 나오기도 하며, 흐느껴 울게도 만들고, 정성스럽고 간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 소리가 사람의 귀에 들어오는 순간 모골이 송연하여 겁이 나기도 하고, 전율하며 불안해하기도 하며, 애태우며 마음이 허해지기도 하고, 빙그레 웃으며 뭔가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정말 다양한 분야에 대한 박식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중국 음악과 조선의 음악을 비교하고 악기를 비교하는데 나오는 구절이다.
그저 중국을 대국이라 섬기던 조선은 사실 명을 몰아내고 들어선 청을 억지로 인정하고 있었다.
글 곳곳에도 조선 사람들이 청나라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나오는데 박지원은 현실지향적인 청의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은 것 하나도 허투로 보지 않는다.
얼마나 꼼꼼하게 보고 기록을 했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그때까지도 중국을 다녀온 기록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건물의 모양새나 음식, 식물, 그림, 역사 등등 정말 여러 분야에서 그렇게 세밀하게 기록한 것은 없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연암의 관찰력에 탄복하게 된다.
고려의 김부식은 소동파를 사모하여 이름도 그의 이름 軾을 따서 지었다는데 막상 소동파는 고려에 대하여 무척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고려가 그 당시 중국인 宋나라에 그다지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다던가.
그런 문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는 장면에서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자국의 이익이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책을 읽으며 겨울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