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물의 여정

솔뫼들 2019. 12. 1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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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의 여정

                                  장석남

     어느 호젓한 돌 틈서리에서 생겨나서
     한동안은 해와도 달과도
     또 한동안은 팬 고사리 그림자와도
     겸상을 하고 앉았다가
     출출한 낯으로
     등허리엔 야윈 빛들을 태우고 남몰래
     국경을 넘어가는 노역이여
     어미 아비가 간 길을 그리 그렇게
     형제와 자매와 손 붙들고
     어깨동무 혹은 강강술래로 꾸며가는
     물의 여정이여

     한겨울 시퍼런 얼굴을 씻는 절간 수좌의 손가락 사이에선
     그만 냉기도 성씨도 놓고 마는,
     이민자가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