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들꽃

솔뫼들 2019. 9. 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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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꽃

                             구광렬


     주인 없어 좋아라

     바람을 만나면 바람의 꽃이 되고

     비를 만나면 비의 꽃이 되어라


      이름 없어 좋아라

     송이송이 피지 않고 무더기로 피어나

     넓은 들녘에 지천으로 꽂히니

     우리들 이름은 마냥 들꽃이로다


      뉘 꽃을 나약하다 하였나

     꺾어 보아라 하나를 꺾으면 둘

     둘을 꺾으면 셋

     셋을 꺾으면 들판이 일어나니

     가슴을 파헤치는 광기는 있다


      들이 좋아 들에서 사노니

     내버려 두어라

     꽃이라 아니 불린들 어떠랴

     주인 없어 좋아라

     이름 없어 좋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