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오늘의 시 - 종

솔뫼들 2019. 6. 2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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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    

                             정일근


     종이 울리는 것은

     제 몸을 때려가며 울리는 것은

     닿고 싶은 곳이 있기 때문이다

     둥근 소리의 몸을 굴려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가려는 것은    

     이목구비를 다 잃고도

     나팔꽃 같은 귀를 열어 맞아주는

     그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소리의 생이 다하려 하면

     뒤를 따라온 소리가 밀어주며

     조용히 가 닿는 그곳

     커다란 소리의 몸이 구르고 굴러

     맑은 피 한 방울로 맺히는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