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느끼고...
영화 '인생 후르츠'
솔뫼들
2019. 1. 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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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여문다.
차근차근 천천히.
영화에서 내레이터 키키 키린의 목소리로 여러 번 나오는 말이다.
키키 키린이 나오는 영화를 많이 보았고 얼마 전 그녀가 타계를 했다는 소식을 접해서인지 그 느낌이 다르다.
'슬로우 라이프'를 실천해가는 일본인 노부부의 다큐멘터리 '인생 후르츠'를 감상했다.
지루하다는 평도 있었는데 나는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잔잔한 배경 음악도 좋았고, 바람소리도, 옹달샘에 와서 물을 마시는 새들의 소리도 모든게 아름답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 수 있기를 바라지 않을까.
영화를 찍는 도중 할아버지가 잠들듯이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을 부르지 않고 가족들끼리 조용히 장례를 치른다.
그게 할어버지의 평소 유언이었단다.
그분들의 삶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되어 금이 가고 결국 깨진 도자기 옹달샘을 자녀들이 붙여 다시 새들이 와서 물을 마실 수 있게 해 놓았다.
그게 마음에 걸렸었는데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런 집에서 매일 할아버지의 식사를 준비해 할아버지 사진 앞에 놓고 할머니는 오늘도 낙엽을 그러모아 자루에 담는다.
그 낙엽이 흙이 되고 거름이 되어 나무와 채소들을 키우고 열매를 따고...
그걸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삶.
그래, 바로 과일 같은 향기가 나는 인생이다.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