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연히 서점을 거닐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알쓸신잡'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와 입담을 과시한 건축가가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건축의 세계로 안내해 주는 책인 것 같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지만 어쩌다 건축과 관련된 사람들과 교류가 잦다 보니 자연스레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되어 책도 찾아 보게 된다.
그리고 건축이 무엇을 추구해야 하나 생각해 보게 되고.
책에 '이벤트 밀도'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처음 듣는 용어인데 이벤트 밀도가 높아야 유동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홍대 거리나 신사동 가로수길, 명동 거리 등이 거기에 해당이 된다고.
반면 테헤란로는 이벤트 밀도가 낮아 자동차만 씽씽 달리는 도로가 된 것이다.
결국 이벤트 밀도가 높은 곳이 걷기 좋은 거리라는 말이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느 거리이든 사람들이 거니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 먼저인 거리 말이다.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이나 광장이라는 단어를 쓰고는 있지만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광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관제 행사나 시위가 거의 대부분 아닌가.
자진해서 가서 즐기고 싶은 공간이 아니라는 말이다.
도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생각해 볼 일이다.
그리고 어떤 건물이 작품성을 인정 받으려면 그 위치에서의 독특한 주변 환경과 잘 어울려야 한다는 말에도 공감이 간다.
세계 어느 도시에 가져다 놓아도 되는 건축물은 개성이 없는 것이다.
우리 주변 건축물을 돌아보게 된다.
높이로 압도적인 롯데타워, 우주선 닮은 동대문디자인프라자, 그리고 자꾸 시선을 비껴가고 싶은 서울시청 건물...
이런 건물들이 그런 느낌을 주는 건 무엇 때문일까?
이 책에서 언급한 건물들을 하나씩 찾아가보고 싶어진다.
물론 이미 여러 번 본 건물도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보는 시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혹시 세운상가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성공해 걷고 싶은 길을 제공하지 않을까 기대해 보는 건 무리한 걸까?
아무튼 사람이 살고, 일하고, 활동하는 공간이 주변과 어우러지고 사람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건 누가 무어라 해도 건축가의 역할이다.
우리나라 건축이 그다지 창의적이지 못 하다고 하는데 다양한 경험을 한 젊은 세대들이 있으니 앞으로는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